[Z인터뷰] '신과함께' 하정우 ② "먹방 8년차, 건빵 속 별사탕 같은 거죠"
[Z인터뷰] '신과함께' 하정우 ② "먹방 8년차, 건빵 속 별사탕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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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요즘 가장 즐거운 배우가 있다. 바로 하정우다. 하정우는 지난 2017 연말에 영화 두 편으로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바로 '신과함께', 그리고 '1987'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겹치기로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이 이끄는 영화 배급사의 큰 자본이 들어간 연말 기대작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선 홍보 프로모션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배우들은 개봉의 전과 후, 언론과의 인터뷰부터 무대인사까지 많은 행사를 소화한다. 작품은 둘인데 배우의 몸은 하나이니, 어느 한 쪽을 선택하여 소화하기가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마음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흥행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한국 영화시장이다. 한 작품이 흥하면, 다른 한 작품은 섭섭한 결과물을 받아들기 마련이다. 흔히 "쌍끌이를 원한다"는 말로 이런 부담을 피해가지만, 대한민국 영화사 중 '쌍끌이 흥행'을 이끈 작품은 지난 2009년 7월, 1주일의 간극을 두고 개봉했던 '해운대'와 '국가대표' 외에는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하정우가 해냈다. '국가대표' 이후 두 번째 쌍끌이, 게다가 이번엔 두 영화 모두 본인 작품이었다. '신과함께'는 천만을 넘어서, 역대 5위의 스코어를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1987'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재조명했다는 의미는 물론, 흥행까지 쏠쏠하게 챙기고 있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연말과 훈훈한 신년을 맞이한 하정우다.

본인 말을 빌어 '스위스 같은 마음으로 요즘을 지내고 있는' 하정우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 대관비도 CJ와 롯데가 반반 내면 참 좋을텐데요"라는 농담에 한 바탕 웃고 시작했던 유쾌한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 1편에서 이어

여러 모로 걱정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에 선뜻 들어갔던 이유가 있을까?
감독님의 ‘미스터고’가 개봉했을 당시 전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됐었다. 아시다시피 ‘미스터고’는 기대에 못미쳤고, ‘더 테러 라이브’는 기대보다 너무 잘 됐다. 개인적으로 친하니까 위로주라도 하려고 만났다. 김용화 감독의 장기는 감정이 풍부하고, 인물을 감정을 표출하고, 사랑 받는 지점을 잘 안다는 거다. 그 지점을 고릴라에게 주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술이 한 두 잔 들어갔고, 그때 “다음 작품은 어떤 거든 제가 보탬이 될 게요”라고 했다. 그 후 온 작품이 ‘신과함께’다. 

그렇게 마주한 ‘신과함께’, 그리고 강림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은 ‘김용화 감독 스타일로 잘 풀어냈다’ 였다. 그 사람의 장기가 딱 살아있었다. 이번의 1부의 강림은 영화 ‘신과함께’를 찾아오는 관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재판을 갖는 여정의 가이드로서 묵직하게 버팀목이 되려 했다. 연기톤도 절제 했다. 그리고 2부에서 3차사의 사연을 풀어낸다. 1부에서의 연기는 ‘1987’과는 정반대였다. ‘1987’은 스토리의 힘이 중심을 잡고 쭉 나아간다. 그래서 전 풀어질 수 있었다.

다른 캐릭터들은 어떻게 봤는지?
우리 향기의 싱크로율이 너무 훌륭하다. 그리고 이정재의 염라대왕은 너무 웃겼다. 관객들이 기대할 지점은 2부의 마동석 형이다. 캐릭터가 정말 좋다.

촬영 기간이 길었다. 남다른 현장이었겠다. 주지훈 씨는 “이렇게 재미있는 촬영은 처음”이라고 하던데.
1년의 시간이었다. 그 사이 사람들끼리 정말 많이 가까워졌다. 아마 제 장난치는 패턴이 처음이라 그랬을 거다. ‘여기선 장난 안 칠 거야’라는 부분에서 저는 장난을 친다. 아마 문화 충격이었을 거다. 그건 정우성, 이정재 형도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컴퍼니(소속사)에서 그런 충격들을 많이 받고 있다.

하정우의 평소 유머는 정평이 나있다. 그건 김용화 감독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유머 코드는 잘 맞던가?
잘 맞는 부분은 있다. 말장난하고 순발력도 좋으시고. 개그 코드가 통하는 게 있다. 그런데 김용화 감독은 본인은 굉장히 하이 개그인데, 보편적 개그를 하려 한다. 슬랩스틱이랄까? 게다리 춤도 춘다.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그럴 땐 조금 안 맞는다. 하하. 개그는 정말 중요하다. 배우란 코미디에서부터 시작된 거다. 김용화 감독의 영화를 보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 부분이 있다. 웃길 줄 아는 사람이 비극을 아는 거다.

하정우 영화의 흥행 조건에 ‘먹방’이 있다. 그래서일까? ‘신과함께’ ‘1987’ 두 작품 모두 ‘먹방’이 삽입됐다.
대부분의 영화에 먹는 장면이 한 번씩은 있다. 그런데 저만 돋보이나 보다. ‘황해’를 시작으로 어느새 저도 먹방 8년차가 됐다. 하하. 처음엔 쑥스러웠다. ‘영화의 캐릭터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1987’에서도 가장 긴장되는 장면이 “하정우가 저 자장면을 입에 넣느냐 마느냐”였단다. ‘왜 먹는 신이 회자가 될까?’라고 고민도 했는데, 이젠 ‘그래, 건빵에 있는 별사탕 같은 거구나’라는 생각이다. 김용화 감독도 “오프닝에서 육개장 먹으면 안 돼?”하고 허락을 구하고, 하물며 연출팀에선 하루 전날 “반찬은 뭘 놓을까요?”라고 물었다. 아니, 그거야 소품팀에서 하는 거지, 그냥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거 놓으면 되는 걸 왜 나한테 묻는 지 모르겠다.

‘왜 유독 하정우의 먹방만 회자가 될까’라는 고민의 답이 조금 싱거운데.
전 먹는 거 좋아한다. 사람들이 “복스럽게 먹는다”고 한다. 그 기운이 티가 나는 거 같다. 

결국 ‘신과함께’ 1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용서’다.
제게도 가장 와닿았던 건 용서였던 것 같다. 이승에서 진심으로 용서를 받는다면 두 번 다시 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제 인간 관계를 살펴보게 됐다. ‘내 자존심, 얕은 관심 때문에 안 좋게 지내는 사람이 없을까?’라며 곰곰이 찾아 봤다. 제가 친한 후배와 3년 동안 의절한 적 있다. 그런데 ‘신과함께’를 찍으며 느끼는 바가 있어 술 마시고 전화를 했다. 분당에서 30분만에 그 친구가 왔다. 그 친구도 평소 늘 그런 생각을 했던 거였다. 비록 술김을 빌긴 했지만 전화를 해서 만나자 그간 섭섭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말도 필요 없었다. 사람이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하는 말을 털어낼 수 있다면, 인간 관계 속에서 용서라는 건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과함께’엔 총 7개의 재판이 존재한다. ‘이 재판만큼은 피해갈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곳은?
다 걸릴 거 같다. 영화를 보는데 ‘댓글 함부로 달지 마라’라는 말이 참 무섭게 느껴졌다. 그런 것들이 다 쌓여가고 있는 거다. 우리 연예계를 떠나서, 요즘 한 사람을 인터넷으로 마녀사냥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참 무섭다. 

그럼에도 하나 빠져나갈 수 있는 지옥은 ‘나태지옥’ 같다. 제 삶 자체가 워낙 요란하다 보니 어쩔수 없이 바쁘게, 부지런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천륜지옥’도 기대하긴 하는데, 저야 잘 한다 생각하지만, 어머니는 늘 섭섭해 하신다. “넌 속을 모르겠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아마도 표현하길 바라시는 거 같다. 동생이 워낙 딸처럼 부모님께 잘 하니까, 전 뒤에서 묵묵히 서포트하는 느낌인데…, 아마 부모님의 속내를 천륜지옥에서 다 열거한다면 인간의 법망을 피할 수는 있어도 지옥의 법망을 피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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