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마블 최고 입담꾼의 세치혀가 더욱 현란해졌다. 지난 2016년 물음표를 달고 대중을 만났던 ‘데드풀’이 엄청난 흥행으로 느낌표를 찍었다. 그리고 이제 2년, ‘데드풀’(라이언 레놀즈 분)은 더 이상 간 보는데 화려한 혀놀림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편 보다 나은 속편 없다’라는 영화계의 속설을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로 만든 것이 바로 마블 시리즈다. 그리고 ‘데드풀2’ 역시 그 대열에 안착했다.
무엇보다 입담이 너무나도 강해졌다. '스파이더맨'과 더불어 마블 코믹스에서 ‘말로 빌런을 제압할 수 있는 유이한 히어로’로 꼽히는 '데드풀'이다. 전편엔 적을 칼로 제압하는 일이 많았다면, 이번엔 독설로 귀에 피를 내어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퍼붓는다. 언변으로만 보자면 아직 각성하지 못한 MCU의 '스파이더맨' 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이다.

‘데드풀’이 쏟아내는 말의 범위는 무궁무진 하다. 미국 특유의 화장실 유머부터 슬랭 같은 19금 토크는 기본이고, 풍자와 꼬집기, 그리고 현실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패러디 유머를 남발한다. 작중 ‘케이블’을 연기했지만,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로 활약한 조슈 브롤린에겐 여지없이 드립을 던진다. 원작 코믹스에서 ‘데드풀’과 ‘타노스’가 ‘데스’를 둘러싼 연적관계라는 걸 알면 더 재미있을 대사다.
또한 ‘엑스맨’에 들어간 남성 명사에 대한 반감 표시와 함께 ‘스타워즈’의 패러디로 자신의 팀에 ‘엑스포스’라는 이름을 선사한다. 마냥 농담만 던지는 ‘데드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수많은 패러디로 인해 ‘데드풀 2’가 깔아놓은 모든 재미를 오롯하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지식이 많다면 더 재미있을 영화다.

‘데드풀’의 시도 때도 없는 수다는 연출에 자유를 더한다. 격한 액션 도중에도 잠시 멈춤이 가능하다. 아무리 심각한 시퀀스에도 잔망스러운 대사로 분위기를 넘나든다. 내레이션도 수시로 집어 넣을 수 있으니 시공간의 롤백도 자유롭다. 각본을 쓰는 이도, 연출을 하는 이도, 이를 지켜보는 관객도 즐거울 작업이다. 특히 ‘데드풀’의 대사를 쓰는 이와 이를 외워야 하는 배우, 그리고 호평 받았던 전편의 번역 퀄리티를 유지한 번역가의 노고는 그 물량만으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
‘데드풀’의 한결 같은 캐릭터도 고스란히 유지하여 반갑다. 캐릭터가 강조되는 히어로 무비인 만큼 그 미덕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데드풀’은 여전히 사랑꾼이고, 사회적 정의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러한 캐릭터성은 제작진에게까지 부여 된다. B급 정서로 극찬 받았던 전작의 범상치 않은 오프닝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비단 오프닝 뿐만 아닌 러닝 타임 내내 제작진의 과하도록 세심한 손길이 묻어있다. 하여 제작진에 대한 신뢰를 다진다. ‘데드풀 2’가 시리즈 롱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내한하여 역대급 홍보를 펼쳤던 라이언 레놀즈와 제작진이 수없이 언급한 ‘가족 영화’라는 지점은 딱 관객이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다. ‘데드풀’의 ‘데스티네이션’급 새 가족 ‘엑스포스’ 중 가장 즐거운 히어로는 ‘도미노’(재지 비츠 분)다.
‘행운 보정’이라는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도미노는 자기가 위급할 때 주변에 행운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누군가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다면, 그 총은 고장이 난다. 도미노는 감독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즐거운 캐릭터다. 개연성의 제한 없이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그의 앞길을 만들어만 놓으면 된다. 그리고 ‘데드풀 2’는 그것을 해낸다.
끝으로 역시나 쿠키는 있다. 대신 역대급이다. 쿠키는 무릇 디저트인데, 앞서 깔아놓은 본편의 웃음들을 에피타이저로 만들어 버릴 메인 요리가 됐다. 정말 기대해도 좋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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