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아직 연기할 인생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인생캐’라뇨. 더 노력해야죠”
배우 김강우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이하 ‘데릴남편’)’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얻었다. 그간 센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던 김강우이기에 ‘데릴남편’ 속 그의 모습은 새로웠다.
오랜 세월을 산에서 살며, 세상 물정은 모르고, 밝고 긍정적이면서, 사랑하는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박한 시골 청년 오작두로 분한 김강우에게 ‘인생캐’라는 평이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데릴남편 오작두’는 기존 주말드라마가 선보였던 막장 스토리가 아닌 순수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고, 빡빡한 사회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제니스뉴스는 ‘데릴남편 오작두’가 종영한 후 김강우와 만났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호평에 대해선 겸손했던 김강우와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차기작은 정해졌나요?
아직 없어요. 일을 하다 보면 없다가도 생기고, 일을 하려고 하다가도 1년 정도 놀게 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겸허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Q.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면서 ‘열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제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라 생각해요. 연기자도 예술가라 생각해요. 예술하는 사람 중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음악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분들은 매일 반복 연습을 해요. 하지만 배우들은 일을 하지 않을 때, 혼자 연기 연습하는 게 쉽진 않거든요. 연기는 할수록 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래서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Q. 너무 스스로에게 가혹한 게 아닌가요?
어쨌든 이 직업엔 정년이 없어요. 17년을 해왔지만 앞으로 30년도 더 할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더 잘해야 해요. 감성도 풍부해져야 하고, 이전의 감정들을 잃지 않아야 하고요. 소년이 가진 감성, 청년의 감성, 중년의 감성을 다 가져야 하죠. 이번의 경우도 승주에게 어떨 때는 청년의 감정을 쓴 적이 있고, 또 어떨 때는 첫사랑을 대하는 눈빛을 쓰려고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없다면 연기가 단조로울 거예요.

Q. 이번처럼 또 캐릭터 변신을 한다면요?
저는 변신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작품을 만나면 거기에 맞춰가는 거죠. 첫 번째 작업이 김강우를 지우는 거예요. ‘그 사람이 김강우 맞아?’라는 말을 들을 때 희열을 느껴요. 그런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거죠. 그만큼 인물에 많이 다가간 거니까요.
Q. 김강우 씨가 작품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요?
아직 저는 마음대로 작품을 고를 수는 없는 것 같고, 저도 선택 받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잘 준비해두는 게 중요한 거고요. 기준은 작품마다 달라요. ‘서클’의 경우는 시도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서 하고 싶었죠. ‘사라진 밤은 캐릭터만 봤을 땐 절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나 배우 조합이 너무 좋았어요. ‘데릴남편’은 순전히 캐릭터가 하고 싶었어요. 때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기준을 정해두기보다, 이 작품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찾는 거죠.
Q. 다음 작품을 고를 수 있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은가요?
격정 멜로나 완전 지질한 남자요. 지질한 남자는 해보긴 했는데, 격정 멜로는 안 해봤어요. 이번에 한 멜로는 귀엽고 풋풋했다면, 성숙한 그런 멜로를 하고 싶어요. 둘이 사랑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거요. 아니면 진짜 능력도 전혀 없는 지질한 남자를 하고 싶어요.
Q. 드라마와 영화의 호흡을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네요?
영화나 드라마에 차이를 주진 않아요. 물론 영화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영화랑 드라마에 같은 카메라를 쓰고 있고, 영화라고 해서 여유 있는 현장도 아니거든요. 영화에서 일하던 스태프분들이 방송으로도 많이 넘어왔고요. 두 가지 호흡을 함께 가져가고 싶어요. 공연도 하고 싶고요. 연기는 다 똑같은 것 같아요.

Q. 올해 계획이 궁금해요.
좋은 작품을 또 해야겠죠. 오작두처럼 좋은 운이 또 왔으면 좋겠고요. 계획은 딱히 없어요. 배우가 계획을 잡아봤자, 작품 들어오면 그 계획은 다 무용지물이기 때문에요.
Q. 그럼 당분간은 뭐하고 지낼 예정인가요?
백수예요. 일을 하지 않을 땐 똑같아요. 여행을 다녀 오거나,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밥 먹고, 도서관도 가고, 운동도 하고, 장도 보고요. 도서관이 집이랑 많이 가까워요. 예전에 생각하던 딱딱한 도서관이 아니고요, 의자랑 소파들도 다양하고 카페처럼 배치가 돼 있어요. 책도 너무 깨끗하고 종류 별로 다 있어요. 영화도 볼 수 있고, 밥도 4천원이면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좋아요.
Q. 연말에 상 욕심은 없나요?
없어요. 제가 부끄럽지 않게 정말 연기를 잘하면 받고 싶은 마음이지만, 열연을 펼친 것 같진 않고요. 좋은 작품으로, 캐릭터로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죠. 오히려 예전에 했던 드라마나 영화에선 상을 받고 싶단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요. 그냥 한승주 캐릭터를 연기한 유이 씨가 억울하지 않게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진=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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