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아직 연기할 인생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인생캐’라뇨. 더 노력해야죠”
배우 김강우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이하 ‘데릴남편’)’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얻었다. 그간 센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던 김강우이기에 ‘데릴남편’ 속 그의 모습은 새로웠다.
오랜 세월을 산에서 살며, 세상 물정은 모르고, 밝고 긍정적이면서, 사랑하는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박한 시골 청년 오작두로 분한 김강우에게 ‘인생캐’라는 평이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데릴남편 오작두’는 기존 주말드라마가 선보였던 막장 스토리가 아닌 순수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고, 빡빡한 사회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제니스뉴스는 ‘데릴남편 오작두’가 종영한 후 김강우와 만났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호평에 대해선 겸손했던 김강우와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실감을 하고 있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마트에 조금 가보려고요(웃음). 어쨌든 좋은 거고 감사하죠. 밉상이 아닌 캐릭터였고, 가진 건 없지만 여자에게 헌신적이고, 배려가 넘치는, 그러면서도 신념이 있는 인물이었잖아요. 근래 보기 드문 캐릭터여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Q. 그간 강한 캐릭터를 많이 보여주다가 색다른 인물을 만났어요. 스스로의 연기 변신에 만족하나요?
만족은 없죠. 대부분의 남자 캐릭터들이 세죠.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자 배우들이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 힘들 거예요. 그런 면에 있어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보는 분들이 즐겁게 봐주셨기 때문에 저 역시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어쨌든 액션이 없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막 격한 감정도 없었잖아요. 그저 유이 씨 말만 잘 들으면 되는 인물이라 편했던 것 같아요.
Q. 오작두가 본인의 성격과 더 비슷해서 표현하기 쉬운 부분도 있었을까요?
저도 제 성격은 잘 모르겠어요. 제 성격을 규정하는 순간, 연기하기가 힘들어지니까요. ‘어떤 성격이세요?’라고 물어보면 잘 대답을 못하겠어요. 평소에 그냥 큰 감정 기복 없이 나긋나긋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Q. 사투리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전라도 사투리를 제가 써본 적이 없고, 잘 들어본 적도 없어서 많이 힘들었죠. 회사 후배 배우 중에 윤종석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얼마 전에 손예진 씨 나온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도 나왔던 배우인데요. 그 친구가 전라도 광주 출신이라, 4회 대본까지는 레슨을 받았어요. 딱 4회까지는 제가 사투리를 잘해요. 그 이후로는 제 마음대로 해서(웃음).

Q. 산 속에서 촬영하면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사람이 뭘 하던 기본은 의식주가 필요하잖아요. 그게 기본적으로 안 되니까 힘들었죠. 화장실도 없었고요. 저보다는 유이 씨가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먹는 것도 같은 도시락을 매번 사먹었고요. 되게 춥기도 했어요.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었어요. 내복을 입고 시작했다가, 낮에는 선풍기를 틀었다가 했죠. 여자분들이 특히 힘들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이 씨는 엄살부리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태프들을 챙기면서 자기 연기에 최선을 다했어요.
Q.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유이 씨는 어땠나요?
유이 씨를 칭찬하고 싶고, 존경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있어요. 여배우인데도 불구하고 거울보다 대본을 더 보려는 모습을 봤어요. 완벽하게 한승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인간 유이를 다 내려놓고, 한승주가 되기 위한 행동들이 있었죠. 후배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운 점이었어요.
Q. 정상훈 씨는 극 중 굉장히 유쾌한 캐릭터였는데요. 실제 현장에서 두 사람의 호흡이 어땠나요?
정상훈 씨는 실제로도 유쾌해요. 배려심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요. 연기 호흡이 잘 맞았어요. 워낙 순발력이 좋은 분이더라고요. 서로 애드리브도 하면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매 순간이 애드리브였어요. 엄청 많아요. 애드리브는 그냥 마음대로 했어요. 감독님이 쓰시려면 쓰고, 아니면 말고요. 대본에 있는 건 다 했으니까요. 그래도 대부분 쓰시더라고요. 워낙 감독님이 말씀이 없으신 분이라 마음에 드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으니 썼겠죠?

Q. 오작두의 삶에서 김강우 씨가 닮고 싶었던 면이 있나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현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한다는 게 본받을 점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대부분 더 많이 가지고 싶어하고,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하잖아요. 생각을 바꾸면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데요. 더 가진들 얼마나 행복할까 싶고, 그걸 작두가 보여준 것 같아요. 반대로 승주(유이 분)는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하고, 방송국에 들어가면 나의 행복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서 멋있는 점은 작두가 그런 승주를 바꾸려고 하진 않아요. 산 속에서 살던 작두가 승주를 만나면서 라면에 즉석밥도 먹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맞춰주는 게 멋있었어요.
Q. ‘데릴남편’ 오작두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저를 ‘나는 달린다’ 때부터 좋아해주신 분들이 있는데요. 당시 캐릭터도 배려심이 깊고, 선한 인물이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때와 매칭되는 부분을 많이 느꼈어요. 팬분들이 “무철의 성장을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때의 가치를 잊어버리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번 역할도 겁내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게 팬분들의 힘이거든요. 저를 예전부터 좋아해주신 분들께는 앞으로도 저의 과정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고, 오작두를 계기로 좋아하게 된 분들은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작두를 연기할 힘을 얻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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