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완벽한 타인' 이서진 ①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 제가 선구안이 좋아요"
[Z인터뷰] '완벽한 타인' 이서진 ①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 제가 선구안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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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이서진의 본업은 분명 배우다. 허나 언젠가부터 예능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나영석 사단의 간판으로 ‘꽃보다 할배’ 시리즈부터, ‘윤식당’ ‘삼시세끼’까지, 굵직한 예능에서 포텐을 터뜨렸다. 예능과 맞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서 의외였고, 하여 시청자들은 더 열광했다.

그런 이서진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일찍이 그의 대표 드라마 ‘다모’에서 함께 했던 이재규 감독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의 리메이크다. 죽마고우인 40대 중년 남성 네 명이 부부동반으로 집들이를 한다. 혼자 온 친구가 있어, 식탁에 앉은 이는 총 7명. 술과 음식을 곁들이던 이들은 갑자기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부터 핸드폰에 오는 모든 연락을 공개하기’라는 발칙한 게임이었다.

이런 무모한 게임에 발을 들인 7명 중 이서진이 연기한 캐릭터는 ‘준모’다. 신혼이지만 바람기도 있어보이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어딘가 날티나는 인물. 만약 예능 속 이서진의 모습을 몰랐다면,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색안경을 꼈을 캐릭터다. 허나 우리는 이서진의 다른 면을 이미 알고 있고, 이서진은 준모를 통해 찰떡 같은 연기를 펼쳤다.

기본 스토리와 설정부터, 연출,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재미지게 어우러진 ‘완벽한 타인’은 수많은 호평과 함께 흥행에 성공 중이다. 개봉 전 “제가 선구안이 좋은 편”라는 이서진의 자평이 딱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 이에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누었던 제니스뉴스와 이서진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드라마에서는 진지하고 묵직한 역할을 많이 했기에, 영화 쪽도 그런 캐릭터를 골라 돌아올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틀렸다.
솔직히 말하면 멋있는 영화가 제게 들어오질 않았다. 들어온다 해도 딱히 제가 끌리는 작품도 없었다. 그 중에서 잘 된 영화도 없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선구안은 좋은 것 같다.

8명의 배우가 함께 조망 받는, 멀티 캐스팅의 영화다.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구성이다.
요즘 영화를 보면 여러 사람이 나와서 하는 작품들이 탄탄해 보인다. 뭔가 꽉 차는 느낌이 있다. 또 좋은 사람, 연기 잘 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부담도 줄어든다. 제겐 이런 작품을 찍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재미도 있을 거 같았고, 이재규 감독과도 오랜만에 함께 하는 거라 더욱 끌렸다.

멀티 캐스팅이 부담을 줄일 수도 있겠으나, 호흡이 안 맞으면 영화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대본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바로 연기자들의 호흡이었다. 연출도 중요하고, 캐스팅도 중요하고, 여러 세팅이 중요했겠지만, 우리 영화는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40년 지기 친구처럼 보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그걸 어떻게 표현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캐스팅이 중요했다.
어떤 배우들과 조율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다만 그들이 어떤 역할에 들어갈 지는 들은 바 없었다. 솔직히 ‘내가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했다. 한 번도 같이 일해본 적 없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걱정은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다.
다들 나이가 있으니 오픈 마인드였던 것 같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우리끼리 노는 것도 재미있었다. 쉬는 날도 저녁은 같이 먹었다. 촬영장이 광주라 맛집도 많았다. 그저 하는 게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잔 마시며 수다 떠는 거였다. 재미있는 건 다들 나름 건강을 챙긴다. 쉬는 날은 헬스클럽에 모여서 다 같이 운동했다.

여행 가이드엔 일가견이 있다. 그 모임에서도 가이드를 했을까?
광주는 어딜 가듯 맛있지만, 제가 제일 먼저 제안을 하긴 했다. 리허설 할 때 “오늘 끝나고 저녁 먹자”라고 말한다. 사실 현장에서 먹는 음식은 다 똑같으니까, 저녁만큼은 맛있는 걸 먹으려고 했다. TV 프로그램에 나온 맛집들을 찾아 다녔다.

대사부터 맛깔졌다. 정말 친구들끼리 하는 대화 같았다.
수위는 제가 높였다. 욕도 제가 넣은 거다. 사실 남자끼리 40년 지기 친구라면, 정말 서로 대화간에 쌍욕을 많이 한다. 게다가 제 캐릭터가 워낙 생각 없고, 얕은 사람이다.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는 캐릭터다. 일례로 의사 친구, 변호사 친구한텐 센 욕을 안 한다. 만만한 놈한테만 한다. 부부 사이의 대화도 신혼 부부니까 얼마든지 야한 대사를 할 수 있다고 봤다.

연기 잘 하는 배우 8명이 한 테이블에 모여있으니, 보는 맛이 상당했다. 현장은 어땠을까?
감독이 정말 좋아했다. 풀샷 찍을 때를 제일 신나 했다. 그땐 정말 애드리브도 엄청 들어갔다. 서로가 서로의 대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알아서 치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 그래서인지 감독도 풀샷을 끊지 않고 계속 진행한 적이 굉장히 많았다. 사실 연기를 할 때 한 장소에서 매일 똑 같은 사람과 같은 상황의 연기를 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것도 만난 적도 없던 배우와 20년에서 40년 지기를 연기했다. 그렇기에 이번 작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함께 연기를 한 배우 중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유해진 씨는 워낙 준비가 철저했고, 항상 자기 이상의 몫을 해내려고 했다. 유해진 씨는 예전에 ‘삼시세끼’를 할 때 정선에 게스트로 온 적 있다. 그 뒤로도 연락은 가끔 하고 지낸 사이라, 이번에 함께 해서 더욱 반가웠다.

유해진 씨가 저보다 한 살 많은데, 저와 굉장히 다르다. 오히려 그래서 더 가까워졌다. 제가 생각했던 해진 씨는 설렁설렁하고 비어있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예민하고 치밀한 사람이다. 반대로 해진 씨 생각에 저는 예민하고 치밀할 줄 알았는데, 아시다시피 전 생각도 없고, 편한 게 편하다는 주의다. 쉴 때도 마찬가지, 해진 씨는 일할 때가 아니면 산도 타고 하는데, 전 무조건 도시를 선호한다.

그리고 염정아 씨도 제 생각과 달랐다. 정말 좋았다. 굉장히 털털하고 밝은 사람이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만약 현실에서 핸드폰 공개 게임을 제안한다면?
제 친구들은 절대 안 할 거다. 오래 사귀면 사귈 수록 비밀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대신 사소한 비밀로 싸우지만 결국 화해를 한다. 오히려 더 돈독해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사생활은 역시 서로 지켜주는 게 좋다는 주의일까?
선을 긋는 편이다. 사적인 건 사적인 거다. 서로 모르는 게 좋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다 알면 피곤하다. 만약 알아도 모른 척 할 거다. 전 신경 쓰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훗날 결혼을 해서도 가능할까?
당연히 결혼하면 상대에게 맞춰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사는 스타일이 될 거다. 결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시기를 늦췄을 뿐이다. 다만 효즘엔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하다. 친구 가족을 만나서 식사라도 하면, 참 보기 좋다. 당연히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집에 오는 순간 그 생각을 고쳐먹는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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