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이서진의 본업은 분명 배우다. 허나 언젠가부터 예능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나영석 사단의 간판으로 ‘꽃보다 할배’ 시리즈부터, ‘윤식당’ ‘삼시세끼’까지, 굵직한 예능에서 포텐을 터뜨렸다. 예능과 맞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서 의외였고, 하여 시청자들은 더 열광했다.
그런 이서진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일찍이 그의 대표 드라마 ‘다모’에서 함께 했던 이재규 감독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의 리메이크다. 죽마고우인 40대 중년 남성 네 명이 부부동반으로 집들이를 한다. 혼자 온 친구가 있어, 식탁에 앉은 이는 총 7명. 술과 음식을 곁들이던 이들은 갑자기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부터 핸드폰에 오는 모든 연락을 공개하기’라는 발칙한 게임이었다.
이런 무모한 게임에 발을 들인 7명 중 이서진이 연기한 캐릭터는 ‘준모’다. 신혼이지만 바람기도 있어보이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어딘가 날티나는 인물. 만약 예능 속 이서진의 모습을 몰랐다면,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색안경을 꼈을 캐릭터다. 허나 우리는 이서진의 다른 면을 이미 알고 있고, 이서진은 준모를 통해 찰떡 같은 연기를 펼쳤다.
기본 스토리와 설정부터, 연출,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재미지게 어우러진 ‘완벽한 타인’은 수많은 호평과 함께 흥행에 성공 중이다. 개봉 전 “제가 선구안이 좋은 편”라는 이서진의 자평이 딱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 이에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누었던 제니스뉴스와 이서진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이젠 예능과 이서진은 떼어놓고 말하기 힘든 것 같다.
만약에 예능 활동이 없었다면 ‘완벽한 타인’ 속 제 모습을 ‘연기’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이서진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분명 예능이 도움이 됐다. 새로운 기회이자 플러스가 됐다고 본다. 새로운 기회가 된 것 같다. 예전이라면 ‘완벽한 타인’ 같은 작품은 안 들어왔을 거다. 예능 후에 확실히 다양한 작품이 들어왔다.
예능 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래도 예능을 시작했을까?
사실 전 원해서 시작한 예능이 아니다. ‘꽃보다 할배’를 제게 제안했다면? 아마 안 갔을 거다. 결국 속아서 갔기 때문에 시작한 예능이었다. 아마 다시 돌아간다 해도 속여서 데려가면 모를까, 안 갈 것 같다.

나영석 PD가 들으면 속상해 하겠다.
그땐 나영석을 잘 모를 때였다. '1박2일'이야 그냥 한 번 했던 거다. ‘꽃보다 할배’로 여행가기 1주일 전에 다시 만났을 뿐이다. 회사에서 말하길 “나영석이 회사를 옮겨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부담 없이 걸그룹 멤버들하고 미술 작품이나 보고 오면 된다. 한 번 도와주자”고 했다. 그러고선 연락도 없다가, “날짜가 다가오는데, 만나서 이야기는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냐?”라며 만났다. 그렇게 만났는데 언제 봤다고 반말을 하는 지, 나 참 진짜. 하하. 공항에서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도 설마 설마 했다. 끝까지 ‘따로 가는 건가? 다 같이 가는 건가?’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다.
속아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행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잘 됐다. 솔직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또 하자”고 하는데, 제가 안 한다고 하면 선생님들께서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했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하. 그리고 결국 촬영을 하고 방송이 나가면 잘 된다. 그래서 하는 거다.
그렇다면 잘 안 된다면 이별일까?
이재규 감독이 절 잘 알기에 이번 작품을 가지고 왔듯이, 나영석 PD도 제가 잘 맞을 곳에 작품을 준다. 전혀 아니다 싶으면 그럴 리가 없다. 일례로 박신혜-소지섭 씨가 나왔던 자연 예능은, 제겐 말도 안 꺼냈다. 전 아마 갔으면 잠만 잤을 거다. 언제까지 함께 갈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지금은 서로간의 윈윈이니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거기에 대한 부담은 없다. 지금도 나영석 PD는 “형이 연기를 해야 우리도 같이 일을 할 수 있다. 맨날 예능만 할 거야?”라고 한다.
하기사 ‘삼시세끼’ ‘윤식당’ ‘꽃보다 시리즈’까지, 예능 프로그램이 꽤 많기는 많다.
솔직히 ‘삼시세끼’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의외다. 가장 부담 없이 편할 프로그램 같다.
가장 부담이 없는 건 맞다. 그런데 전 귀농생활이 안 맞는다. 유해진 씨나 차승원 씨는 본인들이 좋아서 열심히 하는데, 전 정말 죽을 거 같다. 당초 프로그램 콘셉트는 제가 시골에 가서 그냥 사는 게 목적이었는데, 차승원 씨가 워낙 열정적이시니 전체 콘셉트가 바뀐 것 같다. 거기에 저희 쪽에 정혁이가 오면서 더 열정적으로 변했고, 저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
반면 ‘윤식당’은 편하다. 재미도 있다. 요리할 때만 긴장하면 된다. 그에 비해 ‘꽃보다 할배’는 눈 뜨기가 무섭다. 24시간 긴장하게 된다. 이젠 체력이 달려 선생님들을 못 모실까 걱정도 된다. 이제 짐꾼 역할은 옥택연에게 넘길 때가 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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