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20여 년 전, 그림과 패션의 선택의 기로에 선 소년은 그림을 선택했다. 하지만 끝내 옷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가 잡은 두 마리의 토끼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다. 브랜드 그라피스트 만지의 김지만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그라피스트 만지는 컬렉션에 그라피티를 새긴 독특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김지만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가 가득 담긴 브랜드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라는 슬로건을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뤄 그라피스트 만지만의 콘셉트를 유니크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에 비비드한 그라피티, 자수 디테일이 살아있는 컬렉션들은 자신만의 룩으로 개성을 표출하길 원하는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저격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LA 등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김지만 디자이너는 꿈같은 이야기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그것을 인정받기까지 고난과 역경의 힘든 시간들을 지나왔고, 김지만 디자이너의 꿈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달됐다. 나아가 김지만 디자이너의 열정과 꿈은 계속되고 있다.
제니스뉴스와 김지만 디자이너가 지난3일 오후 서울 중구 두타몰에 위치한 그라피스트 만지 쇼룸에서 인터뷰로 만났다. 김지만 디자이너의 꿈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었다. 덤덤하면서도 자신 있게 자신의 최종 목표를 화가라고 이야기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던 김지만 디자이너와 함께한 시간을 이 자리에 공개한다.

Q.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그라피스트 만지 이전에 '빈센트만'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했다고 해요.
중학교 1~2학년 때 우연히 패션쇼를 봤어요. 어떤 디자이너의 쇼인지는 모를 정도로 예전이에요. 하하. 그런데 쇼의 마지막에 디자이너가 인사하는 모습에 전율을 느꼈어요. 그때는 20년도 훨씬 더 됐을 때여서 인터넷도 없고, 오로지 잡지를 통해서만 컬렉션을 볼 수 있었어요. 패션 시장이 지금처럼 잘 돼 있을 때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무작정 광장시장가서 소재 사다가 옷도 만들기도 했어요. 하하. 그러다 패션을 해야 하는지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고민했고, 결국에는 그림, 애니메이션을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항상 옷은 신경 써서 그렸고요. 그땐 밥은 굶어도 옷은 입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이후 패션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됐어요. 그런데 그래픽을 쉽게 생각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고, 그런 부분들이 너무 답답했어요. 나중엔 패션 그래픽 쪽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모두가 '의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안돼서 답답했죠. 이러지 말고 "브랜드를 해보자"고 시작한 게 '빈센트만'이라는 브랜드였어요. 저 혼자 좋아서 하는 브랜드였죠. 하하. 제가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해서 지은 브랜드명이에요. 자수도 직접 손자수로 했고, 날염 없이 모든 부분을 직접 그렸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야 하니까 잠도 못 자고 했죠. 셔츠, 아우터, 티셔츠를 사이즈별로 만들어서 작업했어요. 힘들었지만 정말 좋았어요.
Q. 첫 브랜드 '빈센트만'이 아닌 그라피스트 만지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에이랜드에서 빈센트만의 야상을 출시했는데, 그게 이슈가 됐어요. 낙서 셔츠도 이슈가 됐고요.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동업을 하게 됐고, 나중엔 내려놓고 나오게 됐어요. 그때는 패션도 싫고, 사람도, 돈도 싫어졌었어요. 그렇게 1년 정도 쉬다가 그동안 배운 걸 토대로 그라피스트 만지를 론칭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조금씩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빨리 자리를 잡았어요. 지금 7년 차인데, 론칭한지 1년 만에 자리 잡고, 그리고 2년~4년 차에는 엄청난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빌딩 사는 줄 알았죠. 하하.
Q. 중국, 일본 등 해외 반응도 좋다고 해요.
두타몰에 들어왔을 때도 매출이 너무 좋았어요. 비록 사드 이후로 나눠지긴 하지만. 중국분들이 정말 좋아해요. 자수와 원색 계열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아요. 일본 하라주쿠에서도 2년 반 정도 됐어요. 일본은 정말 매력 있어요. 모두 중국을 이야기 했을 때, 잘 되서 좋긴 했지만, 한계를 느낀 점도 있어요. 그래서 일본 시장을 겨냥했고요. 이미 모든 걸 초월했다는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의 반응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만지에 대한 일본 마니아층의 덕심이 느껴지더라고요. 하하. 이번 서울패션위크 끝나고 LA 진출도 했어요. 이례적으로 쇼룸까지 와서 제안을 했죠. 첫 진출하게 됐어요. 하하.
Q.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려웠던 일이 더 많았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죠. 해외 유학도 안 다녀오고, 패션을 전공하지 않아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모든 걸 내려놨을 때가 29살이었어요. 저녁에는 그림을 그렸는데, 그때 만지 캐릭터들이 나왔어요.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평생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80만 원 정도의 돈으로 원룸에서 티셔츠를 만드는 걸로 시작했어요. 20가지 종류의 티셔츠를 잠도 안 자고 만들었어요. 손자수도 했고요. 하하. 그렇지만 하도 망해본 기억이 많아 쉽게 흥분하지 않게 됐어요. 예전에는 사기도 당한 적도 많았거든요. 당시에는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라는 마음이었어요.
빚만 있을 때 모든 걸 받아주는 사람과 결혼도 했어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어요. 원래 결혼할 생각은 1도 없었는데, 사람이 멘탈이 나가고 바닥까지 쳤을 때, 최악의 상황에서 아내가 "결혼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인생이 달라졌어요. 일에만 몰두하게 되고, 허황된 꿈, 인생 한방의 꿈도 없어졌고요. 결혼이 없었다면, 제가 잘 됐더라도 사치를 부리고, 거만했을 거예요. 그걸 누른 게 제 아내예요. 아내와는 14년 동안 긴 연애를 했지만, 지금도 저를 어리게 보고 쓴소리도 해요. 하하. 그리고 아내는 패션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인데, 그래서 더욱 "진짜 잘한다. 선생님 소리 들어도 되겠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Q. 브랜드명이 그라피스트 만지인 이유가 있을까요?
브랜드 네이밍을 정할 때 이것저것 후보들이 있었어요. '제너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거창한 이름들도 있었죠. 하하.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유 없이 '만지'라고 이름을 거꾸로 불렸어요. 그래서 저 다운 브랜드 이름을 찾다가 만지가 됐어요.
Q.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라는 슬로건의 탄생 배경은?
저희 심벌을 보면 하트인데 눈은 다이아고, 스컬 같은 모습이에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걸 모티브로 해서 브랜드를 하지만 '철학이 들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주인공인 브랜드니까요. 누구를 좋아하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일상의 모든 것이 첫 경험에서 시작한다는 부분에 집중했어요. 처음 알사탕을 훔쳤을 때, 처음 담배를 피웠을 때처럼 저희 슬로건은 '모든 사랑, 열정과 같이 마음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하트, 다이아, 스컬 너무 흔하지 않아?"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누구나 이질감 없이 공감하는 것들을 제 식으로 재해석했을 때, 다시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Q. 옷에 들어가는 그라피티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요.
다들 놀라지만, 그라피티 작업을 할 때, 일러스트 작업 안 하고 옷에 직접 그려요. 하하. 그래픽 없이 그림을 그려 봐요. 태깅하는 것도 직접 태깅 하고 스캔받고 찍어서 자수로 옮겨요. 컴퓨터로 작업한 느낌을 안 내려고 노력해요.
Q. 요즘 최고의 관심사는 뭔가요?
저는 파리를 한 번도 안 가봤어요. 그래퍼 5월까지 있는 바쁜 일정을 끝내고 2주 정도 파리에 갈 생각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미술학도의 꿈도 있고요. 하하. 어렸을 때 넉넉하지 않아서 상상만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최고의 관심사는 파리 여행이에요. 어쨌든 제 최종 꿈은 화가니까요. 처음 그라피티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이 내가 그린 그림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옷에 그림을 그렸어요. '이걸로 성공해서 꼭 화가가 돼야지'라는 마음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고요. 최종 목표예요.
Q. 올해의 목표는?
컬렉션 라인을 나누는 작업을 해서 많은 분들에게 인지 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다양하게 액세서리 라인, 신발도 선보였으니까 만지를 풍성하게 만드는 바쁜 해가 될 거 같아요. 하하. 그리고 중국 매장 오픈 일정이 있어요. 여러 이슈가 있는데,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기반을 잡으려고 해요.
Q. 김지만 디자이너에게 올블랙이란?
재미없어요. 올블랙, 올화이트를 보면 뭔가를 하고 싶어요. 그래픽도 넣고, 컬러도 넣고 싶어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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