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특별수사' 김상호 ① "난 잡놈에 가깝다"
[Z인터뷰] '특별수사' 김상호 ① "난 잡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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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어딘가 닮았다. 배우 김상호와 그가 연기한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순태’의 이야기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겹쳐 보이는 것이야 당연지사.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닮았다.

‘순태’는 딸바보다. 신체 곳곳에 보이는 문신으로 짐작컨데 분명 범상치 않은 과거가 있는 것 같다. 허나 딸 앞에 하염없이 자상한 아빠다. 택시를 몰다 집에 들어와 험상 궂은 손으로 귤을 곱게 까 자고 있는 딸의 입에 넣어준다. 감옥에 갇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이유 또한 딸 때문이다. 떳떳한 아빠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가족바라기, 그리고 애처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김상호다. 자신의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것은 “아내를 만난 일”이라며, 첫인상부터 연애과정까지 공개했다. 말 그대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꾼의 면모였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로 돌아온 배우 김상호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평소 공식석상에선 말을 엄청 아끼는 배우지만 인터뷰 자리에선 상남자의 언어로 수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비방용 단어를 정제한 김상호와의 대화, 그만큼 속 시원하게 오고 갔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요번에 라디오에 출연하면서 사랑꾼의 아이콘으로 등극하셨다.
라디오 청취율을 잘 몰랐는데, ‘두시의 데이트’를 굉장히 많이 듣나 보다. 착하다고 소문 나면 안 되는데…

좋은 소문 아닌가?
괜히 그런 소문 나면 불편하다. 그 뒤로는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될 것 같다. 집사람이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걸 본다면 “와 알고 보니 다르네?’라는 소문이 날 거다. 사실 난 잡놈에 가깝다.

애처가 김상호의 공식입장인가?
잡! 놈! 이렇게 써줬으면 좋겠다.(웃음)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개봉한다. 소감은?
차라리 담담하다. 오히려 언론시사 후 미디어데이 때 더 긴장했다. 그 전까진 우리끼리만 영화를 공유를 한 건데 기자들에게 보여지고 그 평이 대외적으로 퍼지게 된다. 사실 기자간담회 때 분위기만 봐도 영화에 대한 느낌을 딱 안다. 질문의 텀이 길어지면 그건 영화가 안 좋은 거다. 그래도 이번엔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질문하기 어려운 영화도 있긴 있다. ‘해무’라던가, ‘대호’라던가.

다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특히 ‘대호’는 너무 좋았다.
그렇다. 참 좋았는데 흥행이 잘 안 됐기에 내 아픈 손가락이 됐다. 무겁고 어려운 영화라 언론시사 후 여운이 길었다. 대답하는 사람도 답변이 길게 안 나오는데, 딱 직감했다. ‘아 질문 안 나오겠구나’라고.

핑계다(웃음). 공식적인 자리에서 짧게 말하는 거, 이미 소문 다 나있다.
조심스럽다. 인터뷰야 편하게 이야기하지만 영화를 본 뒤에 기자나 관객을 만나는 건 길게 말하기 힘들다. 이미 그들의 마음 속에 영화가 그려져 있는데 그걸 내 말로 터뜨리게 될까 겁난다.

김명민 씨와 첫 만남 때도 존댓말 쓰면서 대면대면 했다 들었다.
그건, 내가 긴장을 많이 했다. 김명민이란 배우가 보통 배우가 아니니까. 특히 자기 관리에 대해선 엄청 잔인하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난 술 마시며 대충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냥 술 마시고 사는 사람으로 바라보진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첫 만남에 “명민 씨 안녕하세요” 했더니, “형 말 놓으세요”라 했다. “어? 제가 형인가요?”했더니, “네?”하며 정색을 했다(웃음). 명민이 참 시원시원하다.

전주에 가서야 말을 놨다. 그 전 까지는 착한 척하느라 존대를 했다. 전주에서 술을 마시는데 너무 닭살스러웠다. 착한 척을 하는데 불편한 거지. 그래서 “안 되겠다. 말 놓을게” 했더니, “아니, 말 놓으라니까요”라 했다. 그렇게 친해졌다. 하지만 처음엔 정말 긴장했었다. 보통 긴장 안 하는 편인데, 명민이는 자신과의 싸움에 이긴 배우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후배지만 존경할 부분이다. 참 대단한 거다. 자기관리라는 거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속삭여온다. “그만해도 돼, 괜찮아”라며 이야기한다. 그만둬도 괜찮을 수백 가지 타당한 이유가 다가온다. 그걸 다 쳐내 거다. 그런 배우이니 내가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거지.

이번 영화는 기술 시사 때 처음 봤다 들었다. 김명민 씨와 함께 보고는 낮 12시부터 술을 마셨다던데.
좋아서 마셨다. 대본보다 정말 잘 나왔다. 처음 시나리오는 너무 친절했다.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도 많았고, 그 전사가 전부 들어있었다. 이해는 간다. 권종관 감독님이 10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다. 관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자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다 편집했다. 그러니까 영화가 쫀쫀해졌다. 도대체 후반작업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3개월이 아니라 3년에 걸쳐 편집해낸 느낌이었다.

그 과정에서 순태의 분량이 많이 줄었다.
순태가 많이 나오면 신파가 됐다. 그래서 감독에게 러닝타임이 길어지면 순태를 먼저 자르라고 했다. 예고편도 “나 없어도 된다”고 했다. 섭섭할 일도 아니다. 많이 나온다고 좋은 일인가? 짧게 나와도 내가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 오히려 그런 캐릭터가 머리 속에 많이 남는다.

순태와 사모님은 필재가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받치는 단단한 축이 돼야 했다. 사모님이 악의 축이라면 순태는 부성애로 한 축을 담당했다.
순태가 처한 상황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게 중요했다. 순태의 상황이 비현실적일 때 영화가 무너질 수 있었다. 그래서 감독과도 많이 상의했다. 센 감정을 짧고 굵게 한 방에 전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촬영은 여러 차례 가져갔다. 감옥에서 이문식과 싸우고 구타를 당하는 장면도 세 번을 찍었다. 그게 맞다. 권종관 감독이 참 영리하게 나를 잘 써준 것 같다. 정말 땡큐한 일이다.

와, 그 장면을 세 번이나?
말은 이렇게 해도 현장에선 빨리 끝내고 싶었다.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그래 봐야 딱 5분이다. 그에 비해 권종관 감독은 10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거였다. 같은 편이니 힘을 실어줘야 한다(웃음). 촬영이 끝난 후 편집실에서 후회해봐야 빼도 박도 못한다. 다시 찍을 수 없는 일이다. 당초 여러 번 찍어 선택지를 늘려놓는 게 맞다. 사실 그 액션신은 연습도 많이 했다. 액션스쿨에서도 했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참 징글징글했다

사실 감옥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장 많이 붙는 배우가 이문식 씨였다. 같은 소속사 식구이지 않았나?
맞다. 문식이 형과 호흡은 정말 좋았다. 내가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실로 엄청난 형이니까. 그리고 그 형 몸이 참 예쁘다. 헬스 근육이라기 보단 마치 태국 사람의 생활형 근육 같다. 힘도 정말 좋다. 내가 뒤에서 달라붙는데 내가 밀렸다. 그 촬영 끝나고 회식을 했는데 술을 안 마신다 하더니 많이 드셨다. 술을 그렇게 마시면서도 몸이 좋은 게 정말 신기하다. 전라도 교도소 세트에서 촬영한 건데, 점심 식사 하시고도 웃통 벗고 뛰어다닌다. 참 몸 좋다.(웃음)

그래도 액션신 외에 이문식 씨가 나오는 장면은 좋았다. 순태가 감옥 속에서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순간이다.
사실 문식이 형님과 붙는 신은 더 있었다. 편집이 된 건데 정말 박수 치며 감사해했다. 아마 그 신이 나왔으면 지저분했을 거다. 순태가 딸에게 주기 위해 돈을 모으는 신이라던가, 문식이 형이 날 지켜주다 봉변을 당하는 신이라던가, 여럿 있었다. 편집된 게 다행이다. 아마 감독님은 편집실에서 곰이 사람이 되는 과정을 겪었을 거다.

자신의 목을 조르는 신, 위태로워 보일 정도였는데.
대본을 읽을 때도 참 서러웠던 신이었다. 첫 테이크를 가고 난 뒤에 “죽을 뻔 했다”고 감독님에게 토로했다. 그랬더니 감독 왈 “모니터에선 선배님의 상황이 안 보이니 알아서 컷을 해주세요”라고 했다.

연기하는 중에 그게 가능한가?
맞다. 배우는 그렇게 못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욕심도 있다. 정말 소변을 지릴 정도였다. 그리고 배우는 적당히 못하는 이유가 또 있다. 적당히 하다 다시 하자 그러면 그걸 또 해야 하는데? 아주 나쁜 감독님이다. 그 책임을 배우에게 떠넘기다니(웃음).

직접 뭐라 한 마디 하시지.
아니다. 이번 감독님과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웃음). 존경한다.

▶ 2편에서 계속(클릭)

 

사진=하윤서 기자 hays@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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