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특별수사' 김상호 ② 조만간 활짝 피어요, 당신의 꽃봉오리
[Z인터뷰] '특별수사' 김상호 ② 조만간 활짝 피어요, 당신의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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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어딘가 닮았다. 배우 김상호와 그가 연기한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순태’의 이야기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겹쳐 보이는 것이야 당연지사.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닮았다.

‘순태’는 딸바보다. 신체 곳곳에 보이는 문신으로 짐작컨데 분명 범상치 않은 과거가 있는 것 같다. 허나 딸 앞에 하염없이 자상한 아빠다. 택시를 몰다 집에 들어와 험상 궂은 손으로 귤을 곱게 까 자고 있는 딸의 입에 넣어준다. 감옥에 갇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이유 또한 딸 때문이다. 떳떳한 아빠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가족바라기, 그리고 애처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김상호다. 자신의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것은 “아내를 만난 일”이라며, 첫인상부터 연애과정까지 공개했다. 말 그대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꾼의 면모였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로 돌아온 배우 김상호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평소 공식석상에선 말을 엄청 아끼는 배우지만 인터뷰 자리에선 상남자의 언어로 수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비방용 단어를 정제한 김상호와의 대화, 그만큼 속 시원하게 오고 갔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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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보이는 작품인데, 그럼에도 ‘특별수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스틸 하나가 떠올랐다. 보기만해도 추운 눈보라가 몰아친다. 거기에 야생동물이 버티고 있다. 집도 없고 숨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그 짐승이 살아남는 방법은 그저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순태였다. ‘버텨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감독에게 이야기했더니 “공감한다” 했다. 

실제 자녀들이 있으니 더 이입됐을 것 같다.
딸이 있으니, 정말 순태는 ‘쑥’ 다가왔다. 좋은 점도 있었지만 무서운 점도 있었다. 감정에 몰입해 연기하다 보니 ‘이 상황이 현실이면 어떡하지?’ 싶었다. 그러고는 우리 애들을 보면 ‘변호사, 법조계 사람을 많이 알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괜히 애들한테 미안하고, 애잔했다. 정작 애들은 잘 살고 있는데, 좋은 경험만은 아니다. 빨리 판사님, 검사님, 변호사님 알아두고 싶다. 하하.

귤까남신, 귤을 자고 있는 동현이의 입에 넣어주는 장면, 정말 울컥했다.
그 신을 찍을 때 모든 스태프가 울었다. 사실 상상이 아닌 감독의 체득에서 나온 신이다. 권종관 감독님의 돌아가신 어머님이 꿈에 나오셨단다. 꿈 속에서 밥을 주시는데 울면서 먹었다고 했다.

저도 들었다. 꿈 속에서 어머님이 생선을 발라주셨다 했다. 그런데 꿈 속에서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인식이 돼서 정말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그런 경험에서 나온 신이니까 정서적인 힘이 어마무시하다.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거고.

순태의 전사, 궁금하다. 문신을 보면 분명 범상치 않다.
안 그래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로가 공통적으로 생각한 순태의 전사는 ‘쌩~양아치’였다는 거다. 동현이를 기준으로 전과 후가 180도 다른 인물인 거다. 적당히 양아치 생활하던 순태는 아마 아무 여자나 만나 동거를 했을 거고, 나중에 그 여자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거다. 그런데 내 애인지 아닌지 알 바 아닌 인생을 산다. 그런데 몇 년 후 그 여자가 동현이만 순태에게 안기고 떠났다. 아마 순태는 동현이를 처다 보며 밤을 새웠을 거다. 그러다 아침에 돼서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버려야지!’하며 동현이를 데리고 나가는데 동현이가 “아빠”라고 부른 거다. 그 때 순태의 마음은 바뀌었을 거다. 아마 순태도 그런 삶을 그리워했을 수 있다. 누구나 부러운 삶이 있다. ‘아이에게는 괜찮은 아버지가 되자, 이 아이에겐 절망감이나 외로움을 주지 말자’ 했을 거다. 그런데 김밥 먹다 잡혀갔으니, 그래서 순태는 타협 없이 편지를 썼던 걸 거다.

그 잠깐의 전사 부분에 나오는 아이가 너무 예뻤다.
맞다. 참 예쁘게 생겼는데 그 아이가 “아빠” 소리를 못한다. 겨우 두 살이었다. 시간은 없는데 아이는 안 따라주니 애로사항이 많았다. 결국 나중에 따로 오디오를 삽입했다. 그래도 됐던 게 그 아이의 눈이 너무 예쁜 거지. 누가 그 눈망울에 안 넘어가겠나.

연극을 포기하고 라면집을 차린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연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좋아서 그런다. 부모도 못 말리고 나랏님도 못 말린다. 좋아서 한다는데…, 욕 먹어도 어쩔 수 없이 너무 재미있다. 연극을 관뒀던 건…, 너무 화가 났었다.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전셋집이라도 한 칸 있어야 하는 거 아냐?’ 했었다. 원주에서 지금 아내와 사귀고 있으면서 5만 원 짜리 월셋집에 살고 있었다. 신문배달을 하다가 상지대 앞에 라면집을 차렸다. 참 조그마한 가게였다. 월셋방을 빼고 15만 원 짜리 월세 가게에서 먹고 자고 했다. 바닥에 박스 깔고 자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신문배달을 계속 했던 건 장사가 안 되면 월세가 밀리고 그러면 쫓겨나니까. 딱 월세 낼 정도를 신문배달로 충당했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는데도 남는 돈이 없었다. 장사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결국 새벽엔 신문배달, 낮에는 막노동을 했다. 그 뒤에 연기를 다시 하게 된 건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남자충동’의 초연을 했다. 이게 초 히트를 했었다. 거기서 무대 맛을 알게 된 거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너무나 소중했던 것이 연기였다. 어떡하겠나, 정말 미치겠는데.

얼마 전 오달수 씨와 곽도원 씨가 주연 영화 찍어서 부럽다고 했던데.
낯 뜨겁다. ‘부럽다’라는 말이 활자화 되니 참 창피하다. “부럽지 않냐”고 묻길래 “부럽다”라고 답하고, “하지만 제 목표는 주연이 아니다. 주연은 지나가는 역 중에 하나 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꽃을 예로 들었는데, 주연은 꽃이다. 그렇게 꽃이 핀다. 하지만 제 목적은 꽃이 진 후에 씨를 뿌리는 거다.

어떤 씨일까?
“김상호 참 좋은 배우다” 아니면 “참 재미있었다, 덕분에 재미있게 살았다, 많이 웃었다”라는 배우가 되는 거다. 굳이 주연일 필요 없다. 지금처럼 하면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럼 ‘부럽다’가 아니라 ‘반갑다’ 아닌가? 조연으로 씨를 뿌려온 배우들이 주연으로 꽃을 피웠으니.
맞다. 반가운 거라 말했어야 했는데!(웃음)

김상호 주연의 영화. 상상해 본 적은 있을까?
어떤 영화일지는 상상 안 해봤다. 하지만 ‘김상호로 투자를 받고, 이야기가 완성이 되고,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은 해봤다. 그거 참 대단한 거다. 돈 30억을 배우 얼굴을 보고 투자한다는 거 정말 대단한 거지. 평생 벌어도 못 벌 돈이다. 정말 그건 하늘이 내려야 한다. 정말 좋을 거 같다.

차기작은?
박광현 감독의 ‘조작된 도시’라는 영환데 8월 개봉할 거 같다. CG가 엄청 들어갔다. ‘특별수사’에서 내가 ‘잡놈’이라면, 그 영화에선 ‘개잡놈’이다. 그 역할을 즐기고 있다. 아주 거침없는 캐릭터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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