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특별수사' 김명민 ② "금연 중에 흡연 연기, 군소리 없이 피웠다"
[Z인터뷰] '특별수사' 김명민 ② "금연 중에 흡연 연기, 군소리 없이 피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연기본좌, 정말 배우로서 황송하지만 누구나 탐낼 만한 호칭이다. 이 호칭으로 불리는 이름이 있고, 그 어떤 사람도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김명민이다.

그를 만나본 이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자기관리의 화신”이라는 것이다. 언론시사가 끝난 후 열렸던 기자들과 술자리에서도 적당량만 마시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줬다.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언론 인터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딘가 차갑지 않을까? 아니다. 김명민은 항상 여유롭다. 이미 여러 상황에 많은 준비를 해놨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느낌이다. 그 연장선에서 그는 작품에 들어간다. 하여 우리는 김명민의 연기에 신뢰를 보낸다. 이미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연기자, 그것이 바로 김명민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명민을 만났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브라운관을 호령한 후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명민. 이번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는 전직 경찰이자 지금은 변호사 사무장인 브로커 ‘필재’를 연기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녹취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여유. 영화를 본 이라면 대번에 알아챌 ‘녹취’라는 키워드에서 기분 좋게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 1편에서 이어(클릭)

필재는 뭐랄까, 마치 계급평등주의자 같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한다. 깡패를 만나도, 검사를 만나도, 회장님을 만나도, 아이를 만나도 한결같다.
필재는 고민이 없는 캐릭터다. 자신이 해야할 게 있다면 일방통행으로 간다. 그래서 심각한 상황에서도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전과자 아버지를 두고 온갖 수모를 겪어 왔던 과거에 기인하기도 한다. 어떤 슬픔에도 크게 슬퍼하지 않고 우울해하지 않는, 마이 페이스를 갖고 있다. 어려운 상황, 코가 따이면서도 농을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속물 근성이 있어도 밉지 않다. 돈맛을 알고, 또 그걸 밝히는 브로커이지만 분명 내면의 묵직함이 있다. 그건 바로 필재의 과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 과거를 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사람이라는 걸 여유를 통해 보여준다. 그 이상의 고통을 겪어온, ‘인동초’라고 표현하면 너무 고급진 표현이지만, 그런 사람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인동초라, 분명 필재에겐 소위 말하는 날티가 분명 있는데 고급지다.
그걸 표현하는데 있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침 뱉은 거 아니지?”라는 말도 여러 번 나오는데, 다 상의 후에 구축된 거다. 결론적으로 보면 츤데레 같은 매력으로 표현된 건 다행이다. 싸가지 없고 속물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가 감독님과 저의 목표였다. 분명 날티있고 양스럽긴 하다.

아니, 그런데 고급지다니까.
그건 제가 해서 그렇다(웃음). 제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날티의 한계가 있다. 감독님도 필재 내면의 신뢰성을 필요로 했다. 마냥 양스럽고 날티만 있으면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명분이 약해진다. 또한 순태, 그리고 동현이와 접목되는 부분도 어색해진다. 나아가 필재가 느꼈던 아버지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동현이가 서로 느낄 동질감이 약해졌을 거다.

동현이와의 동질감, 감옥에 들어간 아버지를 뒀다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 혹은 삼촌 같은 시선이 느껴졌다. 안 그래도 촬영 현장에서 향기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그렇게는 안 불렀다 들었다.
제가 관리에 잘 못 들어갔던 것 같다(웃음). 처음에는 향기 어머니까지 모시고 식사를 한 적도 있다. 향기에 대해 알아야 했고 향기가 나를 우습게 바라보길 바랐다. 편하게 바라보길 바랐던 거지. 물론 그 아이도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 없이도 잘 했을 거다. 하지만 향기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농담도 던지고 그랬는데 애가 너무 순수하고 맑았다. 되바라졌으면 받아 치는 부분도 있었을텐데 그저 “허허허” 하고 웃는데 그 모습이 너무 맑았다. 

연기할 때도 그 순수함에서 나오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진정성이 전해졌다. 정말 그건 엄청난 무기다. 그 진정성이 연기로 나오다 보니 파워가 대단했다. 기자회견에서 “참 부끄러웠다” 이야기도 했던 게 그 지점이다. 제가 향기한테 “호흡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이야기 해라. 네 상대배우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했는데, 그때도 “허허”하고 웃기만 했다. 그래도 현장에서 학교 이야기 같은 것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전작들의 연기 난이도가 상당했다. 그래서 메소드 연기자라는 호칭도 받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에선 캐릭터에 다가가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필재’가 되어가는 과정은 어땠나?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김명민이 그 동안 했던 연기를 총집합 시킨 것 같았다”고. 제가 중점을 둔건 딱 하나다. 과거와 지금의 모습, 그 변화의 간극을 어떻게 둘 것 인가. 그리고 변화되는 모습에서 흘러가는 것을 거부감 없이 어디까지 표현 할 것인가 였다.

그게 바로 필재의 매력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전과자라는 것이 싫었다. 다혈질 형사가 됐고 모범 경찰 표창까지 받았다. 그러다 파트너에게 물을 먹고 옷을 벗게 됐다. 그 때 옷을 벗게 된 판수와 일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과거가 있다. 그런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소설을 써내려 가는 게 필재라는 역을 맡으며 준비한 것들이었다. 그런 변화의 과정이 명확하게 기술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만들었어야 하는 과거였다. 제가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였던 셈이다.

“쉽게”라고 말했지만 그건 전작들에 비해서고, 액션신도 있었다. 그런데 “액션은 몸에 배어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보다 강한 액션 영화는 어떤가?
요즘 그런 작품이 들어오고 있다. 소문이 났나?(웃음) 힘들고 다칠 위험도 있지만 드라마가 탄탄한데 액션이 꼭 필요한 작품이라면 할 생각이 있다. 허나 단지 액션을 위한 영화는 하고 싶지 않다. 젊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마지막에 김상호 씨와 딱 한 번 붙는 신이 있다.
딱 한 번이었다. 촬영 말미에 하루에 다 찍었다.

어색했겠다. 극중에서 계속 교감했을 캐릭터인데 실제로 보는 건 한 번이니까.
당연히 어색했다. 형이 그때 저한테 말도 못 놨다. “명민 씨”라고 부르셨다. “형”이라고 제가 인사하니 “제가 형이에요?”라며 놀랐다. 참 그때 어이없었다(웃음). 그때 끝까지 말을 놓지 않았는데 영화 홍보하면서 친해졌다.

그 어색한 가운데 남자끼리 포옹하는 신을 찍었다.
사실 그 신이 어색함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가 잘 살았다. 갑자기 생각나는 에피소드인데 그 때 감독님이 컷을 너무 오랫동안 안 했다. 그래서 진짜 어색해졌지. 껴안고 일분 이상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엔 감독님이 “귀에 얼굴을 갖다 대라”는 디렉션까지 내렸다. 그건 정말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거절했다. 억지로 하는 포옹의 상황인데 귀까지 얼굴을 들이대는 건 아닌 거 같았다. 감독님이 되게 아쉬워했다(웃음). 

권종관 감독이 그렇게 컷이 늦었다고 하던데.
일단 오래 찍고 많이 찍으시고 회의도 많다. 그리고 컷을 안 하신다(웃음). 다 이해한다. 그렇기에 이 정도의 퀄리티가 나왔다. 그래도 배우들이 코마 상태가 될 정도로 컷을 안 하시는 것은 조금 그렇다. 몰입은 배우가 하는데 감독님이 몰입을 해버리니까. 감독님도 깊은 반성 중이다(웃음).

배우들이 그렇게 촬영 끝나고 권종관 감독에게 술을 마시자 했다던데, 감독님 말이 유일한 회피처가 김명민 씨였단다. 
현장에서 술 드시고 그러면 안 되니까. 감독님이 원하지 않는데 마시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원래 금연하다가 이번 영화에서 연기를 위해 잠깐 흡연을 하셨다고.
4월부터 9월 정도까지 폈다. 담배 피는 신까지 피웠고 지금은 금연 중이다. 저도 “담배를 꼭 피워야 되냐”고 물었는데 단호하셨다. 그래서 군소리 안하고 피웠다. 하루에 두 갑 이상 피웠다. 담배라는 게 끊었다 피웠다 하면 오히려 예전보다 피는 양이 늘어난다. 두 갑 반, 세 갑까지 필 때도 있다. 정말 쉴새 없이 피우게 된다. 감독님과 면담도 두 번 정도 했는데, 면담한 날은 조금 더 피우기도 했다(웃음) 

그러고선 다시 금연 상태인데, 자기관리의 화신은 금단증상도 없는 건가?
사실 피웠다 끊었다를 반복했기 때문에 괜찮다. 사실 40대 중반으로 가면 몸이 조금 달라진다. 담배를 피우면 예전과 다르게 운동을 해도 피곤하고, 아침에 기분도 다른 것 같다.

끝으로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6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들어갈 것 같다. 제목이 ‘하루’ 라고 타임슬립 영화다. 장르는 드라마인데 약간 판타지도 있고. 사실 타임슬립 자체가 장르가 아닐까 생각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박사 역할이다.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생명공학박사다. 줄기세포를 연구해서 봉사와 헌신, 해외활동을 많이 하는 박사인데 반면 가정은 등한시하는 그런 역할이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