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 “슬럼프 후 만난 작품, 다시 의지를 다지게 됐어요”
[Z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 “슬럼프 후 만난 작품, 다시 의지를 다지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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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고’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 ‘버티고’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일을 하면 할수록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작품들과 사람들이 소중한 걸 점점 깨닫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저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싶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 보시는 기대도 있으니까요. 스스로 조금은 남들보다 가혹하게 하는 편이에요”

열일하는 배우 천우희의 영화 ‘버티고’가 17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난다. 전계수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천우희가 그리는 평범한 30대 여성의 모습은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제니스뉴스와 천우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버티고’ 인터뷰로 만났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밖의 로프공과 마천루 꼭대기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다. 

그간 천우희는 강렬하고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 역할을 맡으며 대중들에게 믿고 보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시작으로 ‘버티고’에서도 평범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현대인의 모습을 선보이게 됐다. 

인터뷰를 통해 직접 만난 천우희는 스크린 속 강렬한 이미지보다는 ‘멜로가 체질’의 진주, ‘버티고’의 서영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30대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가는 천우희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 ‘버티고’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 ‘버티고’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영화를 아직 한 번밖에 못 봐서, 감상을 얘기하기가 어려워요. ‘저 장면을 어떻게 연기했나’라는 것들만 보이고, 전체적인 흐름을 보기에는 마음이 급하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잘했는지를 더 눈여겨 보게 돼서요. 그래서 개봉 후에, 정말 집중할 수 있을 때 다시 보려고요. 시사회 때는 아는 분들이 앉아있으니까 집중하기가 어렵거든요. 사람들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서요. 개봉하면 혼자 가서 보려고요”

‘버티고’는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천우희가 짧은 공백기를 가진 동안 만난 작품이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온 슬럼프에 찾아온 영화의 시나리오는 천우희에게 위로가 됐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연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버티고’를 선택하기 1년 전까지 끊임없이 계속 일을 해왔어요. 연기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힘든 순간에도 그것을 견뎌내고 넘어서면서 연기를 했거든요. 하지만 작년에는 그것들을 넘을만한 여력 자체가 없던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으로 쉬는 시간을 가졌죠. 당시에 들어온 좋은 시나리오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 중 탐나고, 하고 싶은 시나리오도 있었지만 그때는 제가 스스로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자신이 연기에 욕심을 부려서 작품을 하게 되면, 부족하게 나와도 그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정말 두려웠어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읽었는데, 힘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마지막 관우 대사가 주는 메시지가 제게 하는 말처럼 들렸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르고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이 영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비추고 나서 쭉쭉 진행돼서, 아주 빠르게 촬영을 준비했던 거 같아요. 영화 특성상 계절감이 보여야 해서 시간 내에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상황이 잘 꾸려져서 원하는 시기에 들어가게 됐죠. 딱 작년 이맘때 즈음 촬영을 시작해서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촬영했던 거 같아요”

극중 서영이 정체되고 힘든 시기를 보낸 것처럼, 천우희 역시 ‘버티고’ 전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이 이어지는 시기를 보냈다.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휴식기를 가졌던 그는 이 시간을 통해 더욱더 연기와 주변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또한 이전에 가졌던 사소한 것들에 대한 행복을 다시 찾게 돼 다시 한 번 힘을 내는 원동력을 얻었다.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하고 나서, 현장에 있으면서 느낀 건 ‘현장에 있는 게 가장 좋고 행복하다’는 거였어요. 물론 저도 사람이라, 힘든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나만 동떨어진 거 같고 내가 제일 힘든 거 같다’고 느껴요. 하지만 그때마다 분명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람들도 있죠. 주변에 감사할 일이나 소소한 행복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잘 못 볼 때가 있잖아요. 작은 것에 행복해지고 즐겁게 생각하던 게 무뎌졌는데, ‘버티고’를 하고 그런 것들을 다시 고맙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다시 의지를 다지게 됐고, 다음 작품들도 계속해나가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 이후 ‘멜로가 체질’도 하고, 그 이후의 차기작까지도 결정해놨거든요. 결국은 연기하면서 에너지가 소진된 거 같지만 또 에너지를 받더라고요”

▲ ‘버티고’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 ‘버티고’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다시 한 번 연기할 힘을 준 작품, ‘버티고’에서 천우희는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계약직 여성 서영으로 분했다. 서영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30대 여성이 가지고 있는 흔한 고민들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회사와의 다음 해 재계약을 위해 눈치를 살펴야 하고, 연인과의 불안한 관계에 걱정하며,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오는 감정 소모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겪어봤을 일들이다. 이러한 서영의 상황은 천우희의 담백한 연기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현대인들의 상황에 대한 공감을 디테일하고 현실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울고 싶다고 해서 울거나, 그 감정을 전부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반대로 애써서 아닌 척 할 때가 더 많고요. 서영도 혼자서 그런 감정에 빠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변의 관계들이 서영에게 더 중요해요. 연인인 진수, 엄마와 함께 있거나 회사 동료들과 있을 때도 마음은 복잡하지만 최대한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하죠.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디테일하게 나타나길 바랐어요”

시사회가 끝난 후 ‘버티고’는 천우희의 연기와 더불어 독특한 촬영기법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천우희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이 유독 많다거나, 흔들리는 서영의 모습을 보디캠 촬영으로 생생하게 표현하며 기존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연출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렸다. 천우희 역시 이와 같은 독특한 현장이 무척 즐거웠다고 한다.

“현장에서 처음 해봤던 것들이 되게 많았고, 클로즈업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집중하지 않으면 그게 화면에 너무나도 티가 나더라고요. 하하. 클로즈업이 많으니까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하려 했는데, 그런 것들이 어렵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현장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제게 몰아줬기 때문에, 저는 받아들이기만 하면 됐거든요. 보디캠은 저도 이번 영화로 처음 해봤고, 전계수 감독님도 계속 시도하고 싶었던 촬영기법이라고 하셨어요. 보디캠 촬영으로 서영이 계속해서 이명과 현기증, 압박감을 느끼며 최종 목적지까지 찾아 헤매는 모습이 잘 살아난 거 같아서 괜찮은 거 같아요. 영화를 본 친구들도 그 장면에 많이 공감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천우희는 ‘버티고’ 속 천우희를 어떤 사람으로 정의했을까.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영은 조금은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기자간담회 당시 천우희는 “서영은 수조 속에 갇힌 돌고래”라고 말하며 어쩔 수 없이 갇혀있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보시기에 서영이 답답하고 갑갑하게 느껴지지만, 서영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나 삶의 방식은 본인이 선택한 거 같아요. 서영만의 기준이 있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방법을 나름대로 찾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회사에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서영이 원하는 욕망이나 욕구는 그 이상인 거죠. 정말 작은 수조에, 크기가 맞지 않는 돌고래를 집어넣은 느낌이었어요. 서영이 조금 더 나은 상황이나 환경을 만난다면 분명 자유롭게 지낼 거고, 그런 걸 받아줄 사람을 만난다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을 거예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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