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들에게 흥행 희망 스코어를 물으면 하는 이야기는 한결 같다.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다. 그만큼 흥행에 참패하면 영화제작사 하나 문 닫는 건 우스운 일이 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흥행하기가 힘들단 이야기다.
그래서 충무로엔 시리즈물이 귀하다. 작품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흥행에 실패하면, 그걸 멱살 잡고 이끌어서 속편으로 끌고 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속편 제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흥행 여부다. 그래서 ‘탐정: 리턴즈’는 귀한 영화다. 성동일과 권상우는 그 어렵다는 속편 제작을 일선에서 일궈냈다.
특히 ‘탐정’은 지옥에서 돌아온 저승사자와 같다. ‘탐정: 더 비기닝’ 언론시사 당시 속편을 암시하는 엔딩, 그리고 뛰어난 캐릭터성에 의해 많은 이들이 속편 제작을 물었다. 허나 개봉 당시 스코어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 어린 무대인사, 그리고 작품의 재미와 관객들이 일궈낸 입소문은 결국 흥행 성공을 일궈냈고, ‘탐정: 리턴즈’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인터뷰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성동일이 언론 인터뷰를 나온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애정이 가는 작품일 거고, 자신감도 가질 법한 영화일 터다. 역시나 최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성동일의 얼굴엔 연신 웃음이 피어났다. 특유의 입담으로 폭소가 끊이지 않던 인터뷰 현장을 이 자리에 전한다.
말로만 들어도 사람 냄새가 난다. 그래서 ‘탐정’이라는 시리즈는 어딘가 살갑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연극, TV, 영화까지 모두 매커니즘이 다르다. 연극은 매일 모여서 대본을 여러 번 읽다보면 그게 입에 붙는다. 영화는 만남의 횟수야 훨씬 적지만, 의무적으로 만나서 리딩을 하며 팀워크를 도모한다. 드라마는 오늘 만나고, 오늘 찍고, 오늘 방송한다.
사실 영화는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자면, 스태프들이 많이 만나는 건 아니다. 솔직히 배우들이 “바빠요”라고 해버리면 모일 일이 그다지 없다. 그래서 핑계가 필요하다. “밥이라도 한 번, 술이라도 한 번”이라며 모인다. 그땐 아무래도 작품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면 촬영도 효과적으로 빨리 끝난다. 이미 한 번 해봤던 사람들이니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마치 연극처럼 진행된 맛이 있다. 덕분에 촬영이 빨리 끝났다. 그래서 또 모여서 술 한 잔을 했다. 정말 거기에 맛들렸던 현장이었다. 그래서 즐거웠다.
매일 그렇게 술을 마시다 보면, 촬영에 지장은 없을까. 체력유지도 관건이다.
물론 우리가 소주를 바나나우유 빨듯이 마시는 건 아니다. 짧게 짧게 마신다.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시면 얼굴이 붓는다. 첫 테이크를 보면 눈이 많이 부어 있다. 마지막 테이크엔 붓기가 빠져있다. 영화를 보면서 “저 날 우리 술 많이 마셨구나?” 할 정도였다.
사실 촬영은 체력 싸움이다. 촬영 하는 동안 아예 헬스를 끊었다. 아침에 한 시간 운동하고, 샤워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운동을 열심히 하니, 술이 더 잘 들어갔다. 하하. 촬영 끝나고 모이는 건 기본이었다. 말 안 해도 알아서 내 방으로 모였다. 술 마시고, 흉도 조금 보고, 마치 영화 때문에 모인 사람이 아닌 단합대회, 혹은 친목회 같았다. 촬영 중에도 “서두르자”라고 이야기하면 “오늘 성동일 선배 중요한 술 약속 있으시답니다. 빨리 끝냅시다”라며 서둘렀다.
스태프끼리도 너무 사이가 좋아서, 의상팀장이 조명팀 회식을 시켜줬다. 서로 그렇게 돌아가며 지갑을 열었다. 현장에서 짜증내면 몰빵 맞을 분위기였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모두 사람이 좋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싫으면 누가 같이 술을 먹을까, 서로 좋았기 때문에 함께한 거다.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다면? 왠지 광수 씨한테서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 예능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실제론 진중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더 그랬을 것 같다.
맞다. 광수가 말이 진짜 없는 친구다. 속도 참 깊다. 우리가 부산에서 촬영할 때 였나? 공효진이 응원을 왔다. 중국집에서 밥을 먹는데, 광수한테 “너 왜 안 내려와. 효진이 내려왔어. 빨리 와”라고 했더니, “저 서울인데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우리가 중국집에서 나가기 전에 정말로 도착했다. 그래서 자장면 한 그릇을 먹였고, “이제 올라가”라고 했다. 결국 자장면 한 그릇 먹고 효진이 데리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만큼 친하단 이야기다. 그런데 너무 질렸는지, ‘라이브’ 촬영할 땐 내 옆에 오질 않았다. 하하.
여러모로 즐거웠던 현장인데, 이언희 감독은 어떠했을까? 친분 깊은 스태프 사이에 새로운 수장으로 들어온 셈인데.
감독님 입장에선 처음엔 낯설었을 수도 있다. 약주를 못 하시는 분이라 마냥 “술 드시죠, 술 드세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다. 하지만 하루는 내 방에서 몇 명이 맥주 한잔 하며 통닭을 뜯고 있는데 “띵동”하고 벨이 울렸다. 이언희 감독님이셨다. “왜 나만 빼고 이야기 하고 계세요”라고 해서 같이 자리를 했다. 그런 분이셨다. 잘 적응하셨고, 분위기 좋은 스태프들로 인해 편한 부분도 있으셨을 거다. 무엇보다 우린 미운 오리를 만드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작의 사람들이 다시 뭉친 것만 봐도 알 수 없다. 스스로 떠난 사람도 없고, 스스로 떠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버리지 않는다. 무조건 함께 간다.

최근엔 예능 활동이 적었는데, ‘인생술집’에 출연했다. 그걸 보면서 ‘성동일 씨에게 가장 맞는 예능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침 생방송 MC도 해봤고, 예능, 영화, 드라마, 연극 안 해본 게 없다. 그렇게 살면서 장가도 갔고, 애도 셋이나 낳았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도 많고, ‘인생술집’의 메인 피디가 친한 동생이었다. 그간 그렇게 설득을 해도 출연을 고사 했는데, ‘탐정: 리턴즈’ 때문에 제가 먼저 전화했다. “형 영화 한다. 홍보 때문에 한 번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가장 서슴없이 방송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술을 마시는 프로그램이라, 끝나고 다시 전화를 했다. “수개월 동안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신 적이 없었는데, 방송 괜찮겠냐?”라고 물었다. 다행히도 술 마신 장면은 잘 편집해준다고 했다. 하하.
이제 아이들도 많이 컸겠다. 아빠가 연기한 작품도 봤을텐데.
일단 ‘마음이’하고 ‘미스터고’만 보여줬다. 아마 준이한테는 ‘탐정: 리턴즈’ 정도면 잔인한 장면이 없어서 보여줄까도 싶은데, 제가 “이 자식, 이 자식”거리는 게 많아서, 아마 애들 엄마가 반대할 거 같다. 제가 꽤 걸한 대사가 많다. ‘응답하라’ 때도 그런 대사가 많았다. 웃기는 게 애들 엄마가 “자기 아버지가 욕을 잘 하는데, 같은 핏줄인데 애들도 잘 하지 않겠어?”라고는 하는데, 미리부터 작품을 보여주며 오픈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대신 뮤지컬하고 연극, 영화는 많이 보여준다. ‘신과 함께’도 저는 안 봤는데, 애들은 봤다고 했다.
‘신과 함께’는 저도 같이 하기로 했다가, 스케줄이 너무 안 나와서 우정출연을 했던 작품이다. 재미있는 건 영화를 본 준이의 반응이다. “김용화 삼촌, 조금 그렇네. 책하고 내용이 완전 틀린데?”라고 했다. 그래서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조금 바꿀 수도 있어. 영화는 조금 그런 부분이 있어”라고 답해줬는데, “아니, 그래도 너무 틀려요”라고 했다. 하하.
아이들하고 문화생활을 자주 하는 편인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애들과 1주일에 한 번은 무언가를 보는 것 같다. 인천에 사는데 용산까지 가서 연극도 보고, 영화도 본다. 사실 힘든 건 난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잘 수가 없다는 거다. “성동일이 애들이랑 작품 보면서 잤다”는 소리가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호두까기 인형’을 보는데, 정말 애들은 박수를 치면서 봤다. 애들이 정말 좋아한다.
가족들과 많은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 정서적으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게임하면서 웃는 아이들은 없다. 요즘 스크린이 정말 저렴하다. 주말엔 영화를 두 편을 볼 때도 있다. 그런 거 하면서 가족들끼리 웃고, 외식도 하고, 그런 게 사는 재미 같다.
어떤 작품을 주로 보는 지?
작품 선택은 전적으로 집사람과 아이가 상의 해서 결정한다.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게 다 다르다. 만약 돈 주고 영화를 다운로드 한다면, 적어도 세 편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 리턴즈’가 좋다. 30대, 40대, 50대를 포진 시켜놨다. 마치 쌍끌이 어망처럼 해놨다. 새우부터 고래까지 다 잡을 요량이다.
사실 늘 궁금했던 부분이 있다. 보통 관계자나 배우들이 모여 사는 곳이 서울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이야기를 하며 서울로 이사하기도 한다. 허나 여전히 인천 토박이로 자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내 인생에 가장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5~6명이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겠으나, 이들은 서로가 발전을 하던 안 하던,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저도 그 자리에 있는 중이다.
가까운 지인들도 늘 서울로 이사 나오라고 한다. 심지어 집 사준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 서울 와서 살았으면 이미 죽은 목숨이다. 술 먹다 내 생각날 때마다 전화한다고 생각해보면, 전 정말 죽었다. 그나마 인천이라 못 부른다고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살기 위해 인천에 있는 셈이다.
사진=김경표 포토그래퍼(스튜디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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