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정준호는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연기로는 손색이 없는 배우다. 꾸준히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정준호지만 이번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특별했다. 정준호는 “연기 생활 25년,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은 처음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벌어지는 사모님들의 욕망을 그러낸 ‘SKY 캐슬’은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입소문을 타며 기적처럼 시청률 20%를 넘겼다. 모든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극본 덕에 성인 캐릭터는 물론이고 아역들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정준호가 연기한 강준상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웠다. 정준호는 주남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강준상 역을 맡아 성공만을 바라보며 인생을 살아온,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캐릭터 설정상 이기적이고 얄미운 면모들로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점차 과거를 반성하고 가족을 바른 길로 이끌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응원을 받았다. 정준호는 욕망, 후회, 갈등 등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선을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제니스뉴스와 정준호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SKY 캐슬’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그와 함께 나눈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이렇게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관심을 받은 드라마잖아요. 제가 연기 생활을 25년 정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없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결말이 어떻게 되냐’, ‘범인은 누구냐’, ‘혜나는 친딸이 맞냐’라는 등 질문을 받은 적도 처음이고요. 10대부터 연세가 있는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이 드라마에 열광한 것도 처음이죠. 작품이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었잖아요. 제가 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Q. 드라마가 잘 될 거라 예상하셨나요?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좋은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아주 잘 맞았다고 봐요. 덕분에 다들 처음부터 전력 질주를 할 수 있었죠. 드라마가 소재로 한 교육 문제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도 생각해요. 교육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잖아요. 부모로서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다들 고민하고 있을 거고요. 어떤 게 성공한 삶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한 드라마라 생각해요. ‘SKY 캐슬’은 그런 문제들을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짚었거든요. 작가님께서 3년 전부터 대본을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작가님의 좋은 대본에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감정들을 잡아주신 것들이 성공 요인이 됐다고 봐요.
Q. 강준상은 감정의 변화가 큰 인물이었어요. 표현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내 실력으로 못한 게 없어’라는 자신감으로 살아온 인물이었어요. 워낙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아픔은 잘 모를 거란 말이죠. 자식에게도 아빠가 도와줄 테니 공부만 해라는 마인드였어요. 그런 캐릭터 설정을 잡고 연기했어요. 드라마가 20부작이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할 신들이 나눠져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제가 뭔가 하게 될 때가 올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다만 그게 마지막에 올 줄은 몰랐죠. 심지어는 아내와 각방을 쓰면서 감정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새벽 2시에서 6시 사이에 가장 몰입이 잘 되거든요. 수시로 대본을 보면서 강준상 인생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특히 엄마에게 ‘도대체 나는 뭐냐’, ‘내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강준상의 모든 면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 가장 신경 썼어요.
Q.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꼽아주세요.
드라마에서 인물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부부들이 모여서 단체로 싸우는 신이에요. 어쨌든 같이 어울리는 이웃인데, 그렇게 개판 싸움을 한다는 게 놀라웠죠. ‘내 인생에 너는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누구도 버릴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싸운 것 같아요. 사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싸우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무슨 이런 유치한 신이 있나’라고 생각했죠. 고상한 척을 하고, 온갖 위선에 잘난 멋은 다 부리는 사람들이 살인 사건에 대한 중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를 잡고 욕을 하면서 싸우는 거예요. 모든 인물들이 그저 영혼 없이, 나만 잘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 신에 잘 담았다고 생각해요. 리허설을 2~3번 정도 하고 찍었는데요. 다들 평소에 감정이 많았나 봐요. 리얼하게 싸우더라고요(웃음).

Q.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했어요. 선배로서 해준 조언이 있나요?
아역들이 정말 물 만난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이 항상 연기자들의 감정을 인정해주셔요. 배우들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정말 연구를 많이 해왔고요. 미니시리즈를 하면서 밤을 안 샌 경우가 처음이에요. 다들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가지고 연기했어요. 작가님이 워낙 준비를 철저히 하신 덕분이죠. 어린 배역을 맡은 배우들도 그런 좋은 환경 속에서 푹 빠져서 연기했어요. 이렇게 관심을 받는 드라마를 만나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후배들에게 ‘가진 역량을 맘껏 발휘해라’라고 했어요. 배우는 어떤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사람인지 기억할 수 있는 대표작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미 드라마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됐으니, 이 기회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라고 했죠.
Q. 후배들을 잘 챙겨줬다는 미담이 많던데요?
연습 첫 날에 그런 말을 했어요. ‘우리 이렇게 만나서 웃고 떠들고 인사했으니, 내일부터는 촬영장에 나오면 인사 안 해도 된다. 인사한 걸로 치겠다’라고요. 일일이 선배들에게 인사하러 갈 시간에 더 대본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선배에게 인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드라마가 다 끝난 후에 마음을 표현하라고 했죠. 어린 배우들이 잘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첫 날부터 그렇게 말한 거예요. 위에 선배님들께도 ‘제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라고 여쭤봤더니, 다들 찬성해주셨어요. 현장에서 혼자 감정에 취해 있을 때는 말을 걸지 않는 게 좋아요. 감정을 잡고, 대사를 외우고 있는데 다른 화두로 이야기를 해버리면 대사를 까먹잖아요. 대신 중간중간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은 해줬어요.
Q. 포상휴가도 가게 됐어요. 가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 후배는요?
현장에서 우리 딸인 예서(김혜윤 분), 예빈(이지원 분)이랑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우주(찬희 분), 기준(조병규 분), 서준(김동희 분)이랑은 말을 많이 못 했어요. 여행 가서는 역할이 아닌, 사람을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오랫동안 같이 고생했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함께 좋은 기운을 나누고 싶네요. 술도 마시면서 그간 못 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 같아요.
Q. 올해 목표는요? 차기작 계획도 궁금해요.
지금 영화, 드라마 여러 작품을 이야기 중인데요.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결정을 해야겠죠. 이렇게 작품으로 좋은 기운을 받았을 때 둘째 아이도 생겨서 좋아요. 황금돼지의 기운이 넝쿨째 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좋은 일이 있을수록 주변 사람을 더욱 챙기려고 하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 얼굴을 조금이라도 비추면서 고마움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공감엔터테인먼트,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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