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선미의 콘셉트 해석은 특별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발상으로 콘셉트를 해석하고, 이를 음악에 접목시킨다. 이번에 선보인 ‘누아르’ 역시 그랬다
선미는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으로 JYP엔터테인먼트에 속해 있으면서 솔로 가수로 첫 출발을 알렸다.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등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며 가능성을 입증해냈고 이후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에 새롭게 둥지를 틀면서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선미의 역량이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때부터다.
첫 출발은 지난 2017년 발매된 ‘가시나’다. 곡의 제목만 먼저 공개됐을 때는 경상도 사투리로 젊은 여자를 뜻하는 '가시나'를 떠올리는 반응이 많았던 터. 하지만 선미는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한 중의적인 표현으로 가시나를 사용했다.
선미는 꽃에 돋아 난 가시의 의미를 사용해 “가시 난 내 모습이 더 깊숙이 파고들 거야”라고 했고, 안타까운 이별 앞에 호소하는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순 우리말 가시나에 ‘아름다운 꽃의 무리’라는 뜻이 있어, 이를 콘셉트로 사용했다. 곡 제목과 가사를 연결 지은 비주얼 콘셉트는 대중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중독성 강한 음악과 강렬한 퍼포먼스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가시나’, ‘주인공’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이렌(Siren)’ 또한 신선했다. 앨범 명은 경고를 뜻하는 ‘워닝(WARNING)’, 타이틀곡 제목은 ‘사이렌’으로 선정했다. 선미는 ‘사이렌’ 발매 기념 쇼케이스 당시 “‘가시나’가 왜 나를 두고 갔느냐고 경고하는 거였고, ‘주인공’도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남자를 사랑하지만 끝이 보이기 때문에 ‘너는 그저 하던 대로 해’라고 한다. 모두 경고의 의미를 담았다. ‘사이렌’은 그 경고의 끝판왕이다”라고 연결성을 설명한 바 있다.
선미는 신화에 등장하는 선원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인어의 이름이 사이렌인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어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혹해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아름답지만 무서운 존재로 나온다는 것과,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 사이렌을 연결했다. 곡에는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을 곳곳에 배치했고, 퍼포먼스와 스타일링은 인어를 떠올릴 수 있도록 구상했다. 선미만의 섬세하면서도 특수한 감수성이 또 한 번 시너지를 발휘한 콘셉트였다.

선미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4일 공개한 ‘누아르(Noir)’는 음악방송 활동 없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누아르’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국내외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흔히 ‘누아르’라고 한다면 범죄와 폭력을 다루고,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누아르 장르’를 표방한 영화는 남자 배우들이 출연해 극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미는 이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버렸다. 선미는 현 시대의 누아르가 펼쳐지는 공간을 SNS라고 해석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SNS 하트를 얻기 위해서 과도한 일을 하는 일명 ‘관종’이라 표현되는 ‘어텐션 시커(attention seeker)’를 뮤직비디오에 담아냈다.
작은 촛불에서 순식간에 큰 불길로 번진 케이크를 앞에 두고도 표정 변화 없이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거나,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주사를 맞으면서도 사진을 찍고, 가짜 배경 앞에서 마치 명소에 간 것처럼 사진을 찍는 등의 행동을 담아 블랙코미디 뮤직비디오를 탄생시켰다. 선미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들의 일상 또한 누아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검은색이 연상되는 누아르 장르와 달리, 선미의 ‘누아르’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졌다. 관심을 원하고, 때문에 화려하게 치장해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극대화해서 표현했다. 뮤직비디오 곳곳에 하트를 상징한 오브제, 해시태그를 활용한 문구들도 활용해 의미 전달을 도왔다.
선미는 이번 ‘누아르’ 발표와 함께 첫 월드 투어에 나선다. 선미만의 독특한 감성이 국내외 팬들에게 통한 만큼 서울을 시작으로 뉴욕, LA, 토론토, 캘거리, 멕시코 등을 오가며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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