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지킬앤하이드' 민우혁, 압도적인 피지컬... 또 하나의 선택지
[Z리뷰] '지킬앤하이드' 민우혁, 압도적인 피지컬... 또 하나의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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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우혁 (사진=오디컴퍼니)
▲ 민우혁 (사진=오디컴퍼니)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다. 2004년 초연 이후 1100회의 누적 공연 횟수를 기록 중이다. 공연을 지켜본 이도 120만 명이 넘는다. 류정한, 조승우, 서범석, 민영기, 김우형, 홍광호, 김준현, 윤영석, 양준모, 박은태, 조성윤까지 총 11명의 배우가 지킬-하이드를 연기했고, 이제 전설의 계보에 민우혁과 전동석이 이름을 올렸다.

‘지킬앤하이드’를 대표하는 배우는 역시 조승우다. ‘마성’이라고까지 불리 우는 조승우의 매력은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들며 관객을 무대 위로 빨아들인다. 하여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에겐 부담도 있을 터, 그렇기에 지킬-하이드 역은 모두가 원하지만 함부로 받아들일 수도 없을 독이 든 성배다. 하지만 민우혁은 자신만의 지킬-하이드를 선보이며 새로운 ‘민지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지킬앤하이드’의 가장 큰 핵심은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이중성이다. 흔히 말하는 1인 2역의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그 구분을 명확히 짓기도 애매하다. 한 인간의 양면성을 얼마나 극명하게 대비 시키는가는 지킬-하이드 역을 맡은 배우의 가장 큰 숙제다.

▲ 민우혁 (사진=오디컴퍼니)
▲ 민우혁 (사진=오디컴퍼니)

민우혁이 자신만의 지킬을 만드는데 가장 큰 핵심은 바로 피지컬이다. 187cm의 큰 키와 넓은 어깨는 노력으로 가질 수 없는 민우혁 만의 재능이다.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것도 배우의 영리함이다. 

우선 민우혁의 지킬은 반듯하다. 굵은 선 자랑하는 민우혁의 연기는 지킬의 선한 모습에 신뢰를 다진다. 안정적인 발음과 대사 톤 역시 민우혁의 큰 키와 어우러져 새로운 지킬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다만 여주인공과의 합에서 사랑스러움이 조금 부족하다. 특히 지킬-엠마의 듀엣은 좋은 넘버의 매력을 다 살려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허나 민우혁의 피지컬은 하이드에서 빛을 발한다. 민우혁의 하이드는 위압과 공포 그 자체다. 민우혁이 코트를 휘날리며 긴 팔과 다리를 휘두를 때면 하이드의 잔학성이 무대를 넘어 객석 전체로 퍼져 나간다. 여주인공과의 듀엣 역시 하이드일 때 훨씬 더 박력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하이드-루시의 듀엣에서는 악의 카리스마라는 것이 폭발한다.

작품 후반부 한 자리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들며 선과 악의 대비를 보여주는 신, 많은 관객이 가장 소름 돋는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하이라이트 신에서도 민우혁의 피지컬은 힘을 더한다. 그가 몸을 크게 숙였다 펴고, 머리를 휘날리며 조명의 명과 암을 넘나드는 그때 지킬-하이드의 고뇌와 분노가 여실 없이 전달된다.

▲ 민우혁 (사진=오디컴퍼니)
▲ 민우혁 (사진=오디컴퍼니)

‘지킬앤하이드’는 분명 배우 중심의 뮤지컬이다. 압도적인 분량도 그러하고, 넘버 역시 앙상블 보다는 지킬-하이드에게 집중돼 있다. 그만큼 배우의 손을 많이 타는 작품이니, 배우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평이 좌지우지 된다. 이미 이야기와 넘버, 무대 등 여러 요소가 정형화된 완성형 공연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민우혁의 지킬-하이드는 지금으로도 충분하고, 앞으로도 더 기대가 된다. 덕분에 매번 ‘지킬앤하이드’의 개막 소식에 설레는 관객들에 또 하나의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광호의 퇴장 이후 조승우-박은태-민우혁-전동석의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지킬앤하이드’는 오는 5월 19일까지 서울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된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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