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음악이 좋아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혹은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버스커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제니스뉴스는 이러한 버스커들을 ‘거리의 음악인’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함께 공유한다. 이번 편은 재프(Jaeph) 정요셉이다.
이름은 정요셉, 활동명은 재프다. 꾸준히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으며 홍대, 한강, 대학로, 신촌 등에서 버스킹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한강거리예술가허가증을 취득해 매주 2회 이상 한강에서 공연하고 있다.
Q. 버스킹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엔 팀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20살 때 라이즈업이라는 CCM 팀에서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서 보컬을 접고 입대를 했고요. 군대에서 개인적인 사연으로 음악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침 조교였던 제가 가르치던 교육생이 작곡을 하던 사람이었고, 전역 후에 연락이 닿았어요. 당시 교육생이었던 형이 “시간되면 같이 버스킹 하자”고 해서 하게 됐어요. 처음으로 버스킹을 해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Q. 지금은 혼자서도 버스킹을 하고 있던데, 혼자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24살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산을 가봤어요. 혼자 여행하고 싶어서 막무가내로 갔는데, 막상 가서 ‘혼자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 코인 노래방을 자주 가곤 했었는데, 노래방에서 놀 듯이 버스킹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부산 내려가는 버스에서 장비를 대여하고, 그렇게 혼자 해운대에서 버스킹을 해봤어요. 낮 12시에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혼자 노래했어요. 그 계기로 ‘언젠가 누군가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버스킹이랑 SNS를 시작하게 됐어요. 하다 보니 다른 음악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고요.

Q. 버스킹을 하면서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나요?
버스킹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제가 처음 썼던 노래에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 희망이 됐던 게 노래예요. 노래를 통해 나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킹을 한 거예요. 어떨 땐 제가 힘들어서 ‘노래라도 부르자’라는 생각으로 하기도 했는데요. 제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어떤 남자분이 혼자 노래를 듣다가 나중에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엊그제 헤어져서 힘들었는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위로가 됐어요”라고요. 또 저는 제 노래를 사람들이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받아요. 버스킹을 3년 정도 했는데요. 그간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덕분에 저에게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일어났어요. 노래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난 것도 복이죠.
Q.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분 좋은 말은요?
목소리가 좋다는 말이요. 사실 노래 잘한다는 말은 아직 제가 만족이 안돼서 죄송스럽거든요. 목소리 좋다는 말은 진짜 좋아요.
Q. 최근에 한강거리예술허가증을 받았다고요.
여러 장소, 조합으로 버스킹을 해보다가 한강거리예술허가증을 신청해서 취득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한강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들으면 좋을 노래들이거든요. 한강이 거리도 좋고,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분위기도 좋아서 제일 적합한 장소인 것 같아요. 매주 수, 금요일에 꼭 하고 있어요. 혼자할 때도 있고, 실력 있는 사람들과 같이 컬래버로 하기도 해요.
Q. 주로 부르는 노래는요?
딱히 좋아하는 가수나 장르는 없어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해요. 제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하려는 편이고요. 정승환, 폴킴, 문문, 인디 가수들의 노래를 주로 부르긴 해요. 버스커라 대중성을 따라가는 건 숙명인 것 같아요. 그때그때 인기 있는 노래들을 해요. 뭐 비가 오면, 가을이면, 봄이면, 주말이면 때에 따라 어울릴만한 노래를 선곡해서 하고요. 신청곡도 제가 부를 수 있는 노래라면 해드리는 편이에요. 만약 모르는 노래면 기억해뒀다가 연습해서 해드릴 때도 있죠.
Q. 버스커로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듣기 좋은 목소리를 잘 내는 것 같아요. 또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라 하루에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요. 연령대도 다양해요. 어린 아이들부터 학부모님, 할머니 등을 다 만나요.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편하게 대할 수 있고요. 그게 강점인 것 같아요.

Q. 일과 음악을 병행하는 게 쉽진 않겠어요.
그래서 많이 고민했죠. 균형을 잘 잡아야 해요. 현재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일을 관두고 음악에 몰두할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3월에 새학기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음악이 첫 번째지만,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음악에 뒤쳐지지 않아요. 둘 다 하려면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죠. 제가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목을 많이 써서 목 관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목 컨디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그래도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고 있어요.
Q. 버스킹 외에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있다면요?
커버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고요. 어린이집 행사부터 그 외 여러 행사들도 가요. 축가도 부르고요. 제안이 들어오면 해요. 얼마나 감사한 기회인지 알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해서 하는 편이에요. 종종 영상도 직접 제작해주기도 해요.
Q. 커버 영상은 어떤 식으로 작업해서 올리고 있나요?
작업실을 집에 만들어놨어요. 전역하고 3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서 장비를 구입했어요. 그렇게 마련한 작업 공간에서 커버 영상을 찍고, 녹음도 하고, 영상 편집도 해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평생 노래하고 싶거든요. 노래를 하는 이유는 음악과 제가 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누구는 “언제까지 그거 할 거냐”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평생 재밌게 할 거예요. 오히려 저는 “이번에 안되면 노래 때려치우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꼴사납더라고요. 저한텐 노래가 너무 소중해요.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노래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사진=정요셉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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