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뮤지션] 양경민 ① “버스킹-방송-레슨, 제겐 일이 1순위이에요”
[거리의 뮤지션] 양경민 ① “버스킹-방송-레슨, 제겐 일이 1순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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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음악이 좋아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혹은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버스커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제니스뉴스는 이러한 버스커들을 ‘거리의 음악인’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함께 공유한다. 이번 편은 버스커 양경민이다.

양경민은 매주 각 지역을 돌며 버스킹을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아프리카 TV 라이브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유튜브 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아홉 번의 앨범을 발매한 남성 듀오 니즈의 멤버이기도 하다.  

Q. 버스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처음에 좋지 않은 기획사에서 3년 정도 있다가 나왔어요. 23~25살까지 있었는데요. 어린 나이였죠. 막상 나온 후에는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러다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좋으니 노래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버스킹을 시작한 것 같아요. 6년 정도 됐어요.

Q. 주로 버스킹을 하는 장소는요?
저는 전국으로 다 돌아요. 제가 방송을 또 하고 있잖아요. 방송 콘텐츠로 주말마다 시청자분들이 원하는 지역이나, 제가 선정한 지역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어요. 서울, 경기권은 많이 돌았어요. 부산도 자주 갔어요. 지방은 사실 조금 힘들긴 한데요. 지금은 돈을 벌 수 있게 되면서, 월급을 주고 개인 매니저를 고용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Q.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나요?
보통 발라드죠. 대중가요 많이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이별 노래를 마니 부르는 편이에요. 제가 톤이 두꺼운 편이거든요. 프로듀서분들이나 작곡가님이 제 목소리에 “한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별 노래가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어요. 저도 이별 발라드가 제 취향이기도 하고요.

Q. 버스킹을 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부산 해운대에서 버스킹할 때였어요. 많은 관객들 중에서 가운데 센터에 남자 1명, 오른쪽에 여자 1명이 있는 거예요. 3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두분 다 계속 버스킹을 보고 계시더라고요. 남자분은 혼자 맥주를 드시고 있었고, 여자분은 버스킹만 보고 있었어요. 처음에 커플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둘 다 혼자 오셨어요?”라고 말을 걸었어요. 그러면서 남자분께 “나였다면 맥주 하나 줬다”, “번호는 물어봤어요?”라고 했었죠. 나중엔 두 분이 같이 사라지셨어요. 제가 하나의 커플을 탄생시킨 거죠(웃음). 커플이 되고 싶은 분들, 저의 버스킹을 보러 오세요(웃음).

Q. 버스킹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요?
나이가 조금 지긋한 아주머니분이 버스킹을 보시면서, 이승기 씨의 ‘결혼해줄래?’라는 노래를 신청해주셔서 불러드렸어요. 버스킹이 끝난 후에 오셔서 손을 꼭 잡으면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별 했는데, 프러포즈를 못 받아 봤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곤 손에 종이를 쥐어주셨는데 거기에 아주머니께서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주소가 적혀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공연하게 되면 얼마든지 숙박을 제공해주겠다고 하셨어요.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어서 기뻤어요.

Q. 반면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사람을 상대하는 거잖아요. 버스킹 특성상 저녁이나 밤에 많이 해요. 번화가에서 할 경우에 취객분들이 많아요. 젊은 친구들이면 주위 친구들이 알아서 말려주고 하는데요.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은 와서 “트로트 해봐라”, “마이크 내놔라”, “왜 너만 노래하냐”라고 하시기도 했어요. 노숙자분들의 경우 팁박스의 돈을 그냥 꺼내간 적도 있고요. 심한 분들은 팁 박스에 침을 뱉거나, 팁 박스를 발로 찰 때도 있었어요. 그런 상황들이 속상했죠.

Q. 현재 아프리카 방송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방송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나요?
버스킹이랑 별개로 하다가, 지금은 같이 묶어서 하고 있어요. 주말엔 버스킹을 하면서 방송을 같이 해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스튜디오에서 방송하고, 일요일은 쉬어요. 매번 어떤 방송을 할지 고민해요. 방송은 5년 정도 됐는데요. 처음엔 신청곡을 다 불러드렸는데, 그렇게 하니까 제 목이 남아나질 않더라고요. 많이 부른 날엔 50곡도 부르고, 적어도 20~30곡 정도 부르게 되는 거예요. 지금은 그렇게 다 하진 않고요. 아프리카 방송에 별풍선,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면 후원제도라고 하죠. 그렇게 조금 더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원하는 고음의 노래를 불러드리곤 해요. 또 원하는 곡을 말씀해주시면 제가 연습을 한 후에 불러드리는 식으로도 하고 있죠.

Q. 게스트도 초청해서 같이 하더라고요?
네, 종종 게스트도 초청해요. 제 방송이 유명하거나 크진 않기 때문에 소소하게 버스커로 시작해서 꾸리려는 친구들과 많이 하려는 편이에요. 물론 노래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겠죠. 아무나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매번 게스트를 섭외하는 게 쉽진 않아요. 2주에 한번 정도 혹은 조금 많을 때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해요. 실내 방송에서 게스트 부르기도 하고, 버스킹으로 게스트 부르기도 하죠. 인터뷰 하셨던 이하평, 서강수, 김소영 등이 제 방송에 출연했어요.

Q. 니즈라는 팀으로 음반도 발매했던데요. 앞으로 또 음반 발매 계획이 있나요?
니즈라는 팀은 3년 정도 됐어요. 남성 듀엣팀이고요. 앨범은 9개 정도 냈고, 앞으로 꾸준히 앨범은 낼 생각이에요. 듀엣팀이긴 한데 작곡가 형님까지 니즈라고 할 수 있어요. 작곡가 형님은 저희 앨범을 만들면서 커리어를 같이 쌓고 있죠. 올해 안으로도 앨범을 내려고 작업하고 있어요.

Q. 니즈 노래 중에 꼭 역주행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곡을 꼽아주세요.
저희 노래 중에 ‘그때’라는 곡이 있어요. 대중 발라드라고 하는데, 저희끼리는 ‘뽕발라드’라고 표현해요. 한국 사람들 감성에 잘 맞는 발라드거든요. 노래 멜로디를 들으면 비련의 여주인공이 생각나요. 드라마 ‘아내의 유혹’ 같은 비련의 주인공이요(웃음). 우리 노래를 떠나서 노래 자체가 너무 좋고, 그래서 애착이 가요.

Q. 콘서트도 했었죠? 또 계획이 있나요?
4월 14일에 콘서트를 했어요. 아프리카 음악방송 BJ로만 이뤄진 크루를 만들었어요. 이름은 ‘갓팸(GOT FAM)’이에요. 아프리카 TV에서 지원을 조금 받아서 크루로 성대하게 공연을 했죠. 공연 기획, 장소 섭외, 게스트 섭외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했어요. 저는 MR로 하지 않고 밴드 세션과 하고 싶어서, 또 밴드 섭외에도 신경을 썼고요. 정말 쉽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커리어를 쌓아야 저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니까요. 11월이나 연말에 또 할까 생각 중이에요. 솔로로 할지, 크루로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고요.

Q. 그 외에 다른 활동하고 있는 분야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보컬 레슨생이 현재 5명 정도 있어요. 처음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문의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저는 독학으로 시작했거든요. 어쨌든 창법이나 톤은 자기가 향상시키는 거거든요. 제가 어떻게 독학으로 했는지 알려드리고, 자기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려드려요.

저에게 배우는 분들께 항상 이야기해요. 저에게 오래 배우지 말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가져가라고요. 나중에 제가 없어도 혼자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레슨은 입시, 취미, 문화 이렇게 나뉘어요.

입시반의 경우 실기 면접에 대한 팁, 면접 때의 시선 처리나 자세 등을 알려줘요. 취미반은 빨리 노래를 잘하고 싶은 분들인데요. 그동안 회사원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문화반은 실질적으로 버스킹을 하고 싶고, 앨범을 내고 싶고, 저처럼 노래로 돈을 벌고 싶은 분들이에요.

기본적으로 노래 실력이 있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그런 분들은 어느 정도 다듬어지면 제 방송 게스트나 버스킹에 초대해요. 경력을 쌓게 해주는 거죠. 제 앨범 작업에 가이드 녹음도 하도록 해줬고, 제가 아는 인프라 내에서 회사를 소개시켜준 적도 있어요. 요즘엔 워낙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하면 앨범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 방향도 제시해주고 있고요.

Q. 앞으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현재 음악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을 많이 이뤘어요. 수입도 있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집도 샀고요. 제 이름으로 된 앨범도 9개나 냈고, 차도 사고, 공연도 여러 번 해봤어요. 물론 앞으로도 목표 의식은 가지고 있어야겠죠.

음악과 별개로 제가 옷을 되게 좋아해서 장사를 해보고 싶어요. 종종 저한테 “형이 입은 시계는 뭐예요?”, “그 신발은 어디 꺼예요?” 등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크게는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들을 판매하고 싶어요. 언제까지나 노래로만 먹고 살긴 힘드니까요. 다른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굉장히 현실적이네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살았어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거든요. 저는 서울에 있고, 어머니는 지방으로 가셨고요. 전학을 가기 싫어서 그때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어요. 온갖 아르바이트는 다 해봤죠. 덕분에 사회성이 일찍 자랐고, 안타깝지만 저에겐 일이 1순위가 됐어요. 당연히 현실적인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좋아서 시작한 버스킹과 방송이지만, 이젠 저한테 일이 됐잖아요. 수입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꾸준히 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사진=양경민 SNS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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